[은발의 라이더, 오토바이로 시베리아 넘다] 2만km 넘는 유라시아 대장정… 20여개국 국경 넘으며 자유를 만끽
[은발의 라이더, 오토바이로 시베리아 넘다] 2만km 넘는 유라시아 대장정… 20여개국 국경 넘으며 자유를 만끽
  • 문광수 오토바이 여행가
  • 승인 2018.08.03 10:45
  • 호수 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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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라이더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2만km가 넘는 유라시아대륙 횡단 여행을 하다보면 한없는 자유를 느낄 수 있지만 때론 고독도 찾아온다. 시베리아 평원을 달리는 중에 어쩌다 오토바이 여행가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금세 친구가 되고 서로 지나온 길과 일정에 대해 정보를 나누며 아쉬운 작별을 하곤 한다. 사진 가운데가 필자.
외국인 라이더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2만km가 넘는 유라시아대륙 횡단 여행을 하다보면 한없는 자유를 느낄 수 있지만 때론 고독도 찾아온다. 시베리아 평원을 달리는 중에 어쩌다 오토바이 여행가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금세 친구가 되고 서로 지나온 길과 일정에 대해 정보를 나누며 아쉬운 작별을 하곤 한다. 사진 가운데가 필자.

세계일주여행은 살아생전 한 번쯤 해보고픈 꿈이다. 다양한 문화와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각양각색 사람들과의 만남, 이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럼에도 이를 결행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오토바이를 타고 수만km를 달린다는 건 엄청난 용기와 도전정신을 요구한다. 문광수 오토바이 여행가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런 꿈을 실행한 화제의 인물이다. 이에 본지는 문광수 여행가의 ‘유라시아대륙 횡단기’를 연재한다.


[문광수 오토바이 여행가]  2015년도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떠나면서 대한노인회(당시 이심 회장)가 마련해준 출정식은 성대했다. 오토바이로 시베리아 횡단을 떠나기에 앞서 하늘에 여정을 알리고 천지신명이 굽어살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세차, 을미년, 임오월, 경신일, 2015년 6월 13일 아침에…”로 시작하는 고유문을 낭독했다. 

60여 대 오토바이의 호위를 받으며 광화문을 거쳐 동해로 향하는 퍼레이드는 장관이었다. 

나이 70에 오토바이를 배워서 세계일주여행을 계획하자 주위의 많은 사람이 걱정하며 말렸다. 오토바이를 배울 때 사고로 다리를 다쳐 한 달 동안 목발을 짚기도 했다. 일차적으로 유라시아대륙 횡단은 3개월 동안 2만여 킬로미터를 달려 20여 개국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긴 여정을 누가 걱정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모든 일을 잊은 채 훌쩍 떠나는 이 여정은 풀잎에 맺힌 이슬보다 더 짧을 수도 있는 인생의 길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진정한 자유란 어떤 것일까 하는 순진한 탐구에서 비롯되었다. 

대륙의 끝자락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이어지는 길은 분단의 한을 안고 오늘도 길을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동해항에서 DBS 크루즈에 오토바이를 싣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건너간다. 거기서 시베리아 대륙횡단이 시작된다. 극동의 수도라는 하바롭스크, 치타, 바이칼호수를 지나 모스크바까지가 1만km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나 러시아를 빠져나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지난다. 그리고 덴마크,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를 지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발칸 5개국을 방문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유라시아 대륙횡단은 끝난다.


[1] 아시아의 유럽 블라디보스토크

크루즈 선에서 내리니 이국적 풍경에 유럽에 온 느낌

막상 시내를 돌아보니 옛 공산주의 사회의 잔재 보여

러 주민들 친절…거리에서 조선족 3세 만날 수 있어

동해항에서 DBS 크루즈에 오토바이를 싣고 앞뒤 좌우를 튼튼한 밧줄로 고정했다. 워낙 큰 크루즈라 흔들림 없이 하룻밤을 잘 자고 다음 날 오전 11시경에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도착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절제된 도심에서 바다로 그리고 연륙교로 이어지는 작은 섬과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항구이다.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1만Km 떨어져 있는 얼지 않는 항구로 러시아의 군사 요충지이다. 

하룻밤 사이에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온 느낌이다. 크루즈에서 발을 내리는 순간 노란 머리와 파란 눈동자, 서양의 이국적인 풍경이 여행을 실감케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군사요충지이자 아름다운 항구다. 크루즈선이 항구로 들어가면 멀리 시가지와 정박한 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군사요충지이자 아름다운 항구다. 크루즈선이 항구로 들어가면 멀리 시가지와 정박한 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러시아의 입국절차와 통관절차에서 제국주의 권위와 몰락한 사회주의의 잔재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든다. 장기집권과 부패한 행정관료의 행태가 영락없는 후진국이다. 그러나 거리의 젊은이들은 표정이 명랑하다.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걸쳐 있고, 세계에서 가장 국토가 넓은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서 아시아 태평양에 진출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우리나라 영사관이 있다. 연해주의 조선족은 거리에서 쉽게 만난다. 과일 장사를 하는 조선족 3세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래서 블라디보스토크는 친근감이 든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항구도시의 특성으로 개방적이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러시아의 모습에서 볼 때 블라디보스토크는 그나마 자유시장 경제가 상당히 앞서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아직 자본이 취약하고 권위주의로 효율성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다. 국제화는 요원해 보인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동안 방문한 나라 중 가장 못 사는 나라에 속한다. 1인당 GDP가 8748달러(2016년 기준)이고, 생활 수준은 세계 48위이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물자가 귀하다. 소비자는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가끔 보이는 주유소를 가보면 60년대 우리나라 전당포를 연상케 한다. 주유해 주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쇠창살 문을 빠끔히 열고 돈을 먼저 받고 주유기를 가동해 주유한 다음 잔돈을 거슬러준다. 휘발유는 고급유, 중급, 보통 급으로 나누어 판매하고, 1리터에 700원 정도로 저렴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거리 풍경.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유럽에 온 듯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거리 풍경.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유럽에 온 듯하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운전석이 왼쪽이다. 헌데 거리의 자동차는 80%가 일본산이다. 가끔 현대 자동차도 눈에 띈다. 일본에서 중고차가 대량으로 수입되다 보니,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오른쪽 운전석을 혼용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가 제주도 여행하듯 비자가 필요치 않아 가볍게 유럽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동해항에서 배표만 사면 갈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경비는 4박5일 기준 50만~60만원이면 가능하다. 

오토바이로 세계여행 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 일시 수출 증명서를 국내 관세청에서 발급받아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우리나라 관세 행정은 세계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러시아의 관세 행정은 최하위 수준이다. 러시아의 지도자는 권력과 정권 유지는 성공했으나 행정 시스템 개혁에는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다. 오토바이 통관에 우리나라에서는 10분이면 끝낼 일을 3일 걸려야 했다. 그러고도 큰일 해준 것처럼 생색을 내며 기념촬영까지 하니 웃지 못할 일이다.

사람들은 순박하다. 어쩌면 그들 눈에는 오토바이로 세계여행을 나선 사람이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을 수도 있다. 구소련에서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은 여행이 자유라 해도 그들의 수입으로 볼 때 세계여행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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