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폭염… 독거노인 등 에너지빈곤층 위한 냉방 지원정책 마련해야
역사적인 폭염… 독거노인 등 에너지빈곤층 위한 냉방 지원정책 마련해야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8.03 10:57
  • 호수 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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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기온이 41도를 기록했다. 1907년 현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지 111년 만에 최고 높은 기온이다. 일부 과학자는 올해 폭염이 한반도에서 가장 더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5000~6000년 전보다도 더 더운 날씨라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폭염이다. 
이러한 폭염에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 수도 연일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나흘 동안에만 405명의 온열질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로써 온열질환자는 1일 현재 총 2549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30명으로 집계됐다. 

살인적인 폭염에 선풍기, 에어컨 등 냉방기는 필수가 되었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 판매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에어컨 보급률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10가구 중 8가구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 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에어컨이 ‘필수 가전’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빈곤층에게 냉방기 가동은 먼 얘기다. 에너지빈곤층이란 연료나 에너지의 절대적 소비량이 일정치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통상  소득이 낮아 에너지에 쓰는 비용이 소득의 10%를 넘으면 에너지빈곤층으로 간주하는데,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가구의 8%에 달하는 130만 가구가 에너지빈곤층에 속했다. 
이들은 에어컨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를 트는 것도 주저하고 있다. 전기료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4인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은 월 350킬로와트시(kWh) 정도이고, 전기세는 월 4만8445원 정도 된다. 여기에 냉방기 가동으로 50kWh를 더 사용하면 요금은 6만3540원이고, 100kWh를 추가로 사용하면 7만7570원으로 껑충 뛴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할수록 전기요금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름이면 4인 가구의 전기세는 20만원을 넘는 일이 흔하다. 
최강 폭염에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게 누진제를 일시 폐지해 달라는 주장이다.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은 누진제 폐지 법안 또는 폭염 기간 전기요금을 대폭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 전기요금에 대한 특별배려 검토를 주문했다. 이 총리는 7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폭염이 특별 재난에 준하는 것이므로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특별 배려를 할 수는 없는지 검토해봐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를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인하를 의미한다고 해석, 현 제도를 보완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누진제 개편에는 신중한 모습인데, 누진제 개편은 심도 있는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폭염에 대한 즉흥 처방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산업부의 입장이다. 불과 2년 전에 누진제를 개편했고, 이 개편이 전력수급 등에 미치는 영향을 더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진제를 풀면 전력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평소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국민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은 사회적 취약 계층이 폭염으로 사망할 확률이 전체 평균보다 18% 높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러한 에너지빈곤층에는 독거노인 등 노년층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노년층은 온열질환에 매우 취약하다. 다수를 위한 누진제 개편도 검토할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이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냉방 지원정책이다. 에어컨이 없다고 에어컨을 구입해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기세 걱정 없이 있는 선풍기라도 마음껏 틀게 해 줄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 전문가들은 한반도 온난화 전망에 따라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여름일수는 증가하고, 한파일수, 서리일수, 결빙일수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올해와 같은 폭염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폭염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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