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권에 대해 적극적 관심을 촉구한다
노인 인권에 대해 적극적 관심을 촉구한다
  •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8.08.03 11:21
  • 호수 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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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여성‧장애인 등 권리보장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이나

노인인권은 국제협약도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

노인 당사자 단체가 적극 나서야

통계청 인구추계에 의하면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은 700만을 넘어섰고(전인구의 14.2%), 지금부터 7년 후인 2025년이면 1000만명을 넘어서게(전 인구의 20%) 될 것으로 예측된다. 노인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복지문제를 포함한 노인 인권(노인 권리)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선진국과 국제사회의 일반적 현상이다.              

인권은 국적, 출신국, 거주지, 지역, 성별, 인종, 피부색, 언어 또는 다른 어떤 조건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인간에게 주어진 고유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자유를 말한다. 노인도 인간으로 다른 일반 사람들과 같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그 권리와 존엄은 나이로 인하여 결코 훼손 되거나 변하지 않는다.  

1948년 UN 총회에서 결의한 세계인권선언은 어디까지나 모든 세계시민을 위한 인권보장의 지침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 선언은 내용면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거나 불분명한 점이 많고, 또한 아동,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과 같은 취약인구의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 권리도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권리 내용 분야별 및 적용 인구 대상별로 보다 세부적으로 인권을 보장하는 국제협약을 제정하였으며 이 협약들은 각국의 관련법률 제정과 인권보장의 기준이 되어왔다.

1980년 이후 세계 전역에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기 시작하여 21세기 들어서는 고령화가 개별 국가사회와 국제사회의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가 되면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처우를 인권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UN에서는 각국의 노인 인권 보장 상황이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것과 문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국제사회에 별도의 노인권리협약이 없기 때문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2010년 12월 UN총회의 결의로 노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특별조치로 기존 국제규정을 철저히 검토하여 미비점과 해결방법 찾고, 나아가서 가능한 추가적 조치의 필요성도 제시하도록 고령화공개실무집단(Open-Ended Working Group on Ageing: OEWGA)을 구성하게 되었다.   

2011년부터 UN에서는 매년 공개실무집단 회의를 개최하면서 각국의 노인인권 상황과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검토해 오고 있다. 이 공개실무집단 회의에 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국제 NGO)의 UN 대표로 필자가 수차 참석한 바 있다. 선진국에서는 노인당사자 집단들이 국내외적으로 노인인권에 대해 소속 정부에 노인 권리 보장을 적극 주장하여 권리보장이 대체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국제노인권리협약(국제법) 제정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에서는 노인 당사자들이 인권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저조하여 국내외적 압력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국제노인권리협약 제정으로 국내의 노인 인권보장을 강화하려는 입장이다. 

사실 다른 취약인구(아동, 여성, 장애인 및 이주노동자)의 권리보장은 각각의 인구집단에  대한 국제권리협약 제정으로 각국에서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노인의 경우는 국제협약이 없는 상태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장애인이나 여성의 경우는 국제권리협약 제정에 당사자들이 국내외적으로 적극 활동하면서 압력을 행사하였다. 우리나라 경우도 여성과 장애인의 경우 당사자들이 적극 국내외적으로 활동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지도자로 영향력을 크게 미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지만 노인 인권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을 지키고 있다. 더구나 노인들 중심으로 구성된 크고 작은 당사자 사회단체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 인권 문제에는 거의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3-4년간 우리 정부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를 통해 노인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 협력을 적극 주도하여 노인 인권회의를 개최해 오고 있으며, 지난 6월 26일에는 우리나라에 ASEM노인인권정책센터(ASEM Global Ageing Center)가 문을 열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특히 국내 및 아시아 국가의 노인 인권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인 인권 증진에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면에서 당사인 노인 사회단체들의 관심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점잖아서인지, 노인 권리주장이 노인세대의 이기적 모습으로 오해받는 것을 두려워서인지, 인권에 대한 의식과 관심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같은 노인세대에 대한 무관심 때문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노인 인권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노인 인권 보장은 결코 노인세대의 이기적인 처우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노인이 차별(특히 연령차별)받고, 학대받고, 빈곤에 더 많이 처하고 돌봄 서비스 받는 데도 많은 어려움을 당하는 것은 다른 세대보다 불평등하게 처우 받는 것임이 분명하다. 

노인 인권은 노인의 신체적, 사회적, 경제적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 성인들 보다 추가적으로 보장해야할 권리도 상당히 많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인 인권보장은 노인학대 문제 예방과 해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노인 복지 증진 이상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 욕구충족과 더불어 평등과 자유를 향유하는 것을 포함하고, 불가피한 신체적 및 정신적 노쇠에 따른 사회의 처우도 포함하는 것이다.

노인 당사자 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UN의 사회개발회의와 고령화공개실무집단에 참여하여 국제노인권리협약 제정을 촉구하고, 국내적으로도 행정부와 국회에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노인 권리를 보장․증진할 수 있도록 법률 제정과 개정 및 정책 수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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