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점원으로 채용한 시니어편의점 속속 등장
노인을 점원으로 채용한 시니어편의점 속속 등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8.03 13:45
  • 호수 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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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70대 어르신이 능숙하게 판매… “노인일자리로 가장 적합한 것 같아”

GS25‧이마트24 등도 실버용품 구비하고 시니어 점언 적극 채용

최근 이마트24 등 편의점업계가 시니어 제품을 개발하고 시니어 점원을 채용하는 등 노인 끌어안기에 나섰다. 사진은 착한편의점 효에서 근무하는 70대 어르신이 포스를 활용해 계산하는 모습.
최근 이마트24 등 편의점업계가 시니어 제품을 개발하고 시니어 점원을 채용하는 등 노인 끌어안기에 나섰다. 사진은 착한편의점 효에서 근무하는 70대 어르신이 포스를 활용해 계산하는 모습.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중앙시장에 지난해 12월 이색 점포 하나가 들어섰다. 외형만 보면 편의점 프렌차이즈 씨스페이스의 평범한 가맹점이지만 이름이 독특했다. 지난 7월 30일 ‘착한편의점 효’라는 다소 색다른 이름을 내건 편의점 안에 들어서니 20~30대가 아닌 70대 어르신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세련된 모자와 개량한복을 연상케 하는 유니폼을 입은 이상규(73) 어르신은 무더위에 지친 손님이 산 음료수를 막힘없이 결제한 후 더위를 잊게 하는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이 어르신은 “노노케어 등 여러 일자리에 참여해보니 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일은 편의점 종업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편의점이 급성장한 가운데 먼저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일본처럼 노인층이 편의점의 주역으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GS25 등 국내 대표 편의점이 시니어 대상 상품을 대폭 늘리고 고령자만 채용하는 일명 ‘시니어 편의점’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GS25의 경우 올해를 시니어 대표 편의점이 되기 위한 원년으로 정하고, 실버 세대를 위한 상품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유한킴벌리와 손잡고 요실금용 디펜드 제품 3종을 선보인 GS25는 생활 보조기구, 혈당 측정기, 시니어 고객용 먹거리 및 건강보조 식품 등 시니어 대상 상품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노인일자리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또한 지난 1월 이마트24와 MOU를 체결하고 올해 수도권지역에 시니어편의점 3개 점포를 오픈 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광역시로 확대해 5개점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는 전국에 총 20개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시니어를 채용한 곳이 경기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관장 김기태)이 운영하는 착한편의점 효다. 지난해 경기도의 초기투자비 공모사업에 당선돼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용인중앙시장 내 문을 연 착한편의점은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이 어르신을 포함해 6명의 어르신이 주 3회 하루 4시간씩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참여 어르신들은 공익형 노인일자리보다 2배 가량 많은 월 50만원 내외 수입을 얻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장형 노인일자리가 개발되고 있지만 난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시장형의 취지는 장기적으로 직접 만든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해 걷어 들인 수익으로 운영하는데 있다. 정부 지원을 점차 줄이고 판매 수익을 통해 더 많은 노인들을 고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있다. 다만 대부분의 시장형 일자리가 아직까지 큰 수익을 내지 못해 정부나 지자체 예산에 기대서 공익형 일자리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물건을 직접 제조하는 경우 일반 회사와 똑같은 법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체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버거운 면도 많았다.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도 두부를 비롯 천연비누와 과자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인정받았지만 기존 대기업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판매루트를 개척하기 어려워 고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카페에 손을 대기도 어려웠던 복지관은 아이디어를 내 편의점을 열었다.

시니어편의점은 가공된 제품을 진열‧판매하기만 하면 되고 매장 청결 유지랑 재고 관리에만 집중하면 돼 상대적으로 노인들의 노동 강도가 약하다.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은 본사와 협의해 판매할 물건을 시간대 별로 분할해서 받아 일이 몰리는 것을 차단했다. 

기계 사용이 서툰 노인들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판매시점 관리 시스템이 ‘포스’(POS)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처음에는 사용에 애를 먹었지만 현재는 복지관 직원들보다 훨씬 더 잘 다룬다”면서 “일반 편의점의 경우 행패를 부리는 고객이 많은데 노인들이 점포를 지켜서 이러한 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착한편의점은 판매루트를 찾기 어려웠던 노인일자리 생산 제품의 판매처도 되면서 1석2조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매장 한 쪽의 따로 공간을 마련해 홍보효과와 함께 판매량 상승에도 기여하고 있다. 

개장 초기에는 홍보 부족과 인근 편의점과의 경쟁으로 인해 매출이 적었지만 시장 내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상승, 지난달에는 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향후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용인시처인노인복지관 심광진 대리는 “상인들을 중심으로 홍보를 강화해 나가 수입을 높아지면 노하우를 바탕으로 2호점, 3호점 등 지속적으로 노인일자리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사진=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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