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죽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 이창걸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 승인 2018.08.10 11:27
  • 호수 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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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74·끝]

[이창걸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누구나 맞게 되는 죽음의 단계에서 유언 한마디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은 더욱 커지게 된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느 누구도 준비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죽음이라면 죽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고, 그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보고에 의하면 한국인 임종의 질은 OECD 국가 중 32위로 나타났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완화의료서비스를 받는 비율이 임종 환자의 9%에 불과한데, 특히 통증치료가 부족해 국민 1인당 마약성 진통제(모르핀) 사용량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생을 더 끌기 위한 연명치료에 치중하다 보니 고통 중에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고통 속에서 힘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죽음’, 또는 ‘임종’이라는 말을 언급하는 것을 꺼린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의 문화는 열려 있지 않고 닫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도, 아름다운 임종을 생각하는 것도, 아직은 어려운 현실이다.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플라톤의 제자가 물었다. 플라톤은 “인생이란 죽음 연습이다”라고 답했다. 우리는 건강할 때 죽음에 대비한 준비를 해놓아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학교 교과과정에 죽음 준비교육이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인생의 가치관을 재정립한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 때 키우던 동물이 죽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이겨나가는지에 대해 배움으로써 죽음이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아닌 인생의 자연스러운 한 과정임을 가르친다. 

이런 교육과정을 통해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하고 긍정적으로 죽음과 대면할 수 있도록 한다. 죽음 교육은 죽음이 끝이 아니며 내세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임종 전에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야 할지 알려준다. 또한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경우 인위적으로 생명연장을 시키는 장치를 거부한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법과 의미 있는 죽음이 되도록 장기 혹은 시신기증과 관련된 정보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유언장을 작성해 재산에 관한 정리와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미리 작성하게 한다. 여기에 말기 상태에서 함께 동행해줄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찾도록 해주는 교육까지 받게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죽음까지도 당황하지 않고 아름다운 임종으로 이끌 수 있다. 

이러한 죽음 준비교육은 말기 환자의 알 권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고 자신에게 맞는 장례형태를 선택하게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별가족이 슬픔을 이겨내고 성숙하게 대처하도록 함께 도와준다. 
최근에는 직접 모의장례식을 치르고 입관식까지 실제로 해보는 죽음 준비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죽음에 대한 교육은 죽기 직전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을 때부터 시작해야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죽음을 논하는 것은 바로 삶을 논하는 것이다. 죽음의 준비를 잘한다는 것은 남아 있는 삶을 얼마나 귀하게 잘 살아야 하는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삶의 준비와 다름없다. 죽음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될 때 우리 사회는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이며 우리의 마지막은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이 될 것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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