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바르게 보기
박원순 시장 바르게 보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8.10 13:30
  • 호수 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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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를 출입하며 가장 많이 본 정치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그는 서울연합회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서울연합회 신년인사회를 비롯해 어버이날, 노인의날, 연합회장 취임식, 심지어 서울연합회 업무성과보고회에도 얼굴을 내민다. 최근 공식석상에서 그를 본 건 5월 8일 서울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어버이날 행사. 6·1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열려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박 시장은 무대에 올라 축사를 할 때마다 “어르신들이 아껴주고 사랑해주시는 맏아들 박원순이 큰절을 올린다”며 넙죽 엎드려 얼굴이 무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큰절을 한다. 그리고 모친에 대한 회상으로 말문을 연다.  

이날도 절을 올린 후 박 시장은 “저는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가 본 어머니는 당신의 드실 것을 제 입에 넣어주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저를 키워주신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섰다”며 “자식 키우느라, 사회 기반 만드느라 최선을 다해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속마음에 실제로 노인 공경과 복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정성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말이나 행동을 보면 역대 어느 시장보다도 노인을 세세히 챙기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입버릇처럼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게 된 것은 어르신들의 땀과 희생의 결과이지만 국가와 사회가 그에 부응하는 복지와 예우를 제대로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라며 자신을 한껏 낮추며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는 올 초에 있은 서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과 약속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인사말을 통해 “한 모임에서 만난 이중근 회장으로부터 서울시에서 부지를 제공하면 부영에서 건물을 지어주겠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장시간 검토했다”며 “종로구 노인복지관을 7~8층으로 개축해 어르신들의 종합복지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 심 전 대한노인회 회장이 제안한 노인복지청 신설에도 적극적인 지지 표명을 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노인복지청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 서울연합회 신년인사회에서 “어르신들에게 실질적인 생활 보장이 되려면 20조 내지 35조원이 필요한데 토건예산 줄이고 기본적으로 재벌기업들에 제대로 세금을 부과하고 그러면 너끈하게 마련된다. 그리고 효율적인 노인복지를 위해선 이 심 회장이 주장하는 노인복지청 설립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요즘 서울 삼양동 주택가 옥탑방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열대야를 견디고 있어 화제다. 일부에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 쇼’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일견 타당한 얘기다. 

박 시장은 현실주의 정치인이다. 전 한국당 의원은 이런 말을 한다. “그는 서울시민을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나씩 실행 중이다. 구청마다 합법적인 지원금을 내려 보내 독서나 숲체험 같은 주민 모임을 만든 뒤 자신과 가까운 시민단체 인사를 리더로 들여보내곤 한다. 그 결과 서울시 전체에 광범위한 박원순 지지 라인이 생긴 걸로 안다.” 

박 시장은 영리함도 갖췄다. ‘주인공 앞에서 총 뽑으면 안된다’는 ‘서부영화 교훈’을 사수한다. 그는 지난해 대선 경선 출마 포기를 했다. 
그와 달리 경선에 출마해 문재인 후보와 끝까지 맞서 싸운 탓에 ‘문빠’ 들에 찍힌 안희정·이재명·최성은 지금 성폭행 의혹, 스캔들, 지방선거 낙천으로 내상을 입었거나 고전 중이다. 

박 시장의 옥탑방 체험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 할지라도 불필요한 토건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노인복지예산 확충에 노력하고, 저소득층 복지정책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행동은 힘들고 고통스런 현실 타개에 필요한 정치인으로서의 의무이자 책임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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