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견공과 보신탕 시비
[기고]견공과 보신탕 시비
  • 박기주 시인‧수필가
  • 승인 2018.08.10 13:34
  • 호수 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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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주 시인‧수필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죽음을 향해 고통스럽게 버둥대고 있는 개가 분명 ‘메리’였다는 것이다. 쥐약을 먹은 것 같았다. 쓰러져 힘없이 누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보더니 그 극한 상황에서도 꼬리를 흔들어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내가 와서 반갑다는 것인지 고통과 죽음을 초월해 주인에 대한 마지막 숭고한 사랑을 표시하는 행동일까. 살려달라는 애절한 호소였을까. 손을 쓸 수 없어 연신 머리를 쓰다듬고 다독거리는 수밖에…. 금세 메리는 편안하게 숨을 거두었다. 지금까지도 우리 개 ‘메리’와 그 옛날 어릴 때 읽은 ‘플란더스의 개 파트라슈’에 대한 짠한 추억이 겹쳐 아직도 마음 저편에 봄 잔설로 녹지 않고 있다.

딱한 일이지만 개도 인간사회처럼 불평등이 존재한다. TV에 사람 목욕탕보다 더 호화판 개목욕탕이 소개된다. 머드마사지, 버블욕, 그리고 한가히 탕에서 온욕 휴식을 취하고 나면 수건으로 닦아주고 드라이로 말려주고, 거만하게 우유까지 서비스 받아 마신다.

이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리다 못해 끝내 화가 목까지 치밀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가난한 독거노인들의 처연한 심정을 알기나 할까. 가난에 찌든 소외계층을 고려한다면 조금은 방영에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혹자는 동물애호라는 거창한 구호를 표방할지 모른다. 지나치게 사치스런 개목욕탕이 동물애호란 말로 대신할 수 없다. 주인 잘 만나 평생을 호사스럽게 살다가 죽으면 납골당에 안치되는 개가 있는가 하면, 언제 복날에 보신탕 신세가 될지 모르는 불쌍한 개들도 허다하다.

‘보신탕’하면 글자 그대로 몸보신할 수 있는 보약 탕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보신탕은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통한다. 예로부터 개고기는 혈액순환을 돕고 양기를 높이는 식품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결핵 같은 소모성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를 키워서 그런지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나도 모르게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난다. 이를테면 알레르기처럼. 아마 개고기에 대해 금기시한 것이 무의식에 잠재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 세시풍속에는 조선 말기 개고기 시식에 대한 언급이 소상하게 소개되어 있다. 음력 7월 보름날인 백중날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정자나무 밑에 큰 솥을 걸고 개를 잡아 나눠 먹는 것이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속도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개고기를 금기시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의 동물보호단체에서도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일이 많다. 이는 부당하다. 어느 나라든 자신의 고유한 입맛과 음식문화는 소중한 법이다. 고유한 식문화를 자신만의 잣대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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