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자연발화 추정 화재 잇따라… 여름철 화재 예방법
폭염 속 자연발화 추정 화재 잇따라… 여름철 화재 예방법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8.10 13:41
  • 호수 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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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닦은 행주, 뜨거운 햇볕에 방치 땐 불붙을 위험

[백세시대=이영주기자]

폐기물, 깻묵, 석탄 더미 등 열 받으면 불… 라텍스 베개에서 불붙기도

물건 적재 시 통풍 잘되게… 에어컨 실외기 주변 이물질 놓지 않도록

폭염에 각종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8월 1일 충북 제천의 한 원료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폭염에 각종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8월 1일 충북 제천의 한 원료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에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자연발화란 특정 물질이 공기 중에 스스로 불이 붙어 연소되는 현상을 말한다. 온도와 습도가 높고 열 축적이 쉬운 환경에 노출된 기름, 퇴비, 쓰레기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화재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연발화가 일어나는 원인을 폭염이라 단정 지을 수 없으나, 폭염 일수가 늘어나면서 자연발화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자연발화가 일어난 사건은 무엇이 있었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아울러 여름철 화재 예방 안전수칙도 점검해 본다. 

◇자연발화 추정 화재들과 그 예방법

최근 일어난 자연발화 추정 화재는 폐기물, 깻묵, 석탄 더미, 라텍스 소재 물건 등에서 발생했다. 특히 대량의 화학물질이 적재되어 있는 공장이나 폐기물 야적장 등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7월 24일에는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의 폐지 야적장에서, 25일에는 광주 서구 벽진동의 폐플라스틱 야적장에서 자연발화 추정 화재가 발생했다. 이어 30일에는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한 고물상에서 불이 나 5시간 만에 꺼졌는데, 소방당국은 폭염으로 겹겹이 쌓여있는 재활용 폐기물 사이에 뜨거운 열기가 발생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자연발화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31일에도 전남 여수시 화양면의 한 폐축사에서는 깻묵이 원인이 되어 불이 나 3시간 만에 진화됐다. 깻묵은 기름을 짜고 남은 깨의 찌꺼기로, 흔히 낚시의 밑밥이나 논밭의 밑거름으로 쓰인다. 이 불로 축사와 바로 옆 주택 일부가 탔다. 소방당국은 축사에 쌓아둔 깻묵이 폭염에 발효되면서 온도가 급상승해 저절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가정에서는 라텍스 소재 물건(베개, 매트리스 등)이 자연발화 추정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7월 24일 부산 금정구의 한 가정집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 확인 결과, 고온의 직사광선이 창가 의자에 놓인 라텍스 소재 베개 위로 장시간 내리쬐면서 열이 축적돼 베개와 베개가 놓여있던 의자 부분을 태운 것으로 밝혀졌다. 라텍스 소재는 열 흡수율이 높고 열이 축적되면 빠져나가지 않는 특성이 있어, 햇볕이 내리쬐는 공간에 라텍스 소재 물건을 장시간 두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한 후, 물이 아닌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진화해야 한다. 폐기물, 깻묵, 각종 화학물질 등에는 기름 성분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커서 급한 마음에 물로 불을 끄면 불이 더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석탄 더미 등 화재 위험이 높은 물건들은 포개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열이 축적될 수 있는 조건을 차단하는 것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자연발화는 주변 온도와 습도가 높고 열 축적이 쉬운 상황에서 윤활유, 기름, 퇴비, 음식물, 폐기물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될 때는 저장소 온도를 낮추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하는 등 안전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냉방기기 통한 화재도 유의

여름철에는 냉방기기의 과도한 사용,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된 물건 등이 원인이 되어 화재가 발생하기 쉽다. 특히 냉방기기 관련 화재를 주의해야 한다. 냉방기기의 화재 발생은 장기간 사용으로 인한 모터의 과열과 과부하, 기계 주변 및 내부에 쌓인 먼지 등이 주요 원인이 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에어컨과 실외기에서 난 화재는 567건이었으며, 11명이 다치거나 숨지고 25억여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냉방기기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선풍기의 먼지를 제거한 후 사용 △냉방기기 사용 후 코드를 뽑아 전원 차단 △통풍구를 막는 행위 자제 △전선 피복 점검 등의 주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빈번한데, 실외기의 경우 정기적인 청소와 실외기 주변에 이물질을 쌓아두지 않는 것만으로 화재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실외기를 벽과 바닥으로부터 10cm 이상 떨어뜨리고 전기 배선을 자주 점검해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또한 가정에서는 참기름 등 기름을 행주로 닦았다면 그 행주는 바로 씻어서 놓아야 하고, 빛을 모아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플라스틱 물병 등을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에 두지 않아야 한다. 

황태연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 소방령은 “덥고 습한 날씨에 깻묵 등 기름을 닦은 수건이나 걸레를 그대로 방치하면 위험하다”며 “바로 물로 씻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황 소방령은 “어르신들은 깜박하는 걸 가장 주의해야 한다”며 “항상 경각심을 갖고 생활 속에서 발생하기 쉬운 화재 안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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