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적 시점
하루가 버린 꽃의 감정들
저토록 찬란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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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가 막바지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을 상징이라도 하는 듯 꽃잎은 그대로 불타고 있다. 하루를 넘긴 꽃잎은 제 목을 꺾어버리고 미련없이 진다. 더 이상 아쉬움도, 기다릴 이유도 없다는 듯이 처연할 정도로 아름답게 진다.
능소화는 조선시대 때 장원급제자의 화관에 꽂았던 어사화 중 하나로 알려져 있고 사대부가 아닌 일반 백성의 집에 심는 것을 엄격히 규제했기 때문에 보기 힘든 꽃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즈음 능소화는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고 뜨거운 여름 날씨만큼 화사한 꽃 색깔로 인해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꽃에는 독성이 있어서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버린 날들도 저렇게 아름다웠던가 미련없이, 아쉬움 하나 없이 오늘을 살자.
시·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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