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노인보호구역 지정으로 사망사고 급감
동대문구, 노인보호구역 지정으로 사망사고 급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8.24 10:44
  • 호수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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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 일대 전국 최악의 노인교통사고 지역서 안전지대로 변신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동대문구, ‘보호구역’ 알리는 빨간색 도색… 중앙분리대 설치도 큰 효과

제역할 못하는 보호구역도 많아…  모든 이면도로 보행자우선구역 지정을

최근 서울 동대문구는 노인 교통사고가 많았던 경동시장 일대를 3억7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큰 효과를 보면서 지자체들이 보행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제한속도를 30km 이하로 지정한다는 표시와 함께 도로를 빨간색으로 표시한 제기동 약령시로 노인보호구역의 모습. 경동시장 일대에는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오른쪽)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최근 서울 동대문구는 노인 교통사고가 많았던 경동시장 일대를 3억7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큰 효과를 보면서 지자체들이 보행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제한속도를 30km 이하로 지정한다는 표시와 함께 도로를 빨간색으로 표시한 제기동 약령시로 노인보호구역의 모습. 경동시장 일대에는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오른쪽)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지난 8월 2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사거리에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이어 신호가 바뀌고 노인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건너편을 향해 나아갔다. 신호가 길지는 않았지만 제 시간 내에 건너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이는 몇 달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어진 것이다.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며 설치한 중앙분리대를 통해 무단횡단을 차단한 것이다. 인근 상인인 이영진(54) 씨는 “신호가 길어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근 3억7000만원에 예산을 들여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일대에 노인 보행자 사고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자체에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시작으로 노인보호구역(2006), 장애인보호구역(2010) 등 교통약자를 위한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속도 제한(시속 30㎞ 이하)과 주정차 및 추월 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하고 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해 보행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노인보호구역도 2013년 626곳에서 지난해 1299곳으로 매년 늘고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1만252건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1만1978건에 육박했다. 노인보호구역이 복지관, 요양원 등 일부 시설 주변에 집중되면서 정작 통행량이 많고 복잡한 전통시장 등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설치돼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 38곳을 점검한 결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38곳 중 6곳은 2014년과 2015년에도 사고 다발지역으로 조사됐으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또 어린이보호구역과 달리 지자체에서 모든 예산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속도제한 표시판이나 노면표시에 그친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서울 동대문구가 경동시장 일대에 취한 조치는 주목할 만하다. 경동시장 일대는 행정안전부가 만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은 지역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노인 교통사고가 많은 지점 가운데 왕산로의 성바오로병원 사거리와 경동시장 사거리가 각각 전국에서 1위, 3위였다. 

이런 불명예를 씻기 위해 동대문구와 동대문경찰서가 5월부터 이곳을 ‘어르신 안심 안전구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상 지역은 성바오로병원 사거리와 경동시장 사거리, 약령시로, 홍파초등학교 인근 지역이다. 

경동시장 앞 왕산로의 차량 제한최고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췄고 왕복 2차로인 약령시로는 시속 40km에서 30km로 하향됐다. 서울시와 동대문구의 예산 3억700만원을 투입해  도로 노면에는 ‘노인 보호구역’을 알리는 빨간색 도색을 했다. 일반 아스팔트 노면보다 거칠어 차량의 미끄러짐을 막아준다. 약령시로 800m 구간에는 과속방지턱 형태의 횡단보도 7개를 마련했고, 성바오로병원 앞은 보도를 확장했다. 또한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중앙분리대도 설치했다. 

사업 후 약령시로의 올 6월 평균 차량통행속도는 1년 전보다 최대 6%까지 줄었다. 왕산로도 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에서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5명이었지만, 올해는 7월까지 7명에 그치며 사업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됐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지속적인 캠페인과 단속 등을 통해 경동시장 일대 어르신보행자 사고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실버존 등으로 불리는 교통약자 보호구역이 반감을 살 수 있기에 명칭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선 생활도로구역(30구역)을 제시하고 있다. 생활도로구역은 차로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이면도로 전체를 ‘보행자 우선구역’으로 지정해 주행속도를 시속 30㎞ 이하로 묶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연령층에 한정된 보호구역으로는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2015년부터 새롭게 도입됐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은 “노인보호구역 등 보행약자 보호구역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유연하게 적용 가능한 30구역을 통해 차가 아니라 보행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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