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4) 여행 중 사고와 만날 때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4) 여행 중 사고와 만날 때
  • 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08.24 11:07
  • 호수 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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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컨테이너에 넣다 ‘쾅’… 현지인 도움으로 위기 모면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엔진 얼지 않게 보관하려다 턱에 부딪혀…엔진커버 깨져 기름 줄줄 흘러

‘도와 달라’는 간절한 요청에 트럭기사·용접기술자 등 나타나 선뜻 수리

예상치 못한 사고는 여행자를 당황하게 한다. 마고차에서 오토바이가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컨테이너에 보관하려다 턱에 걸려 엔진커버가 깨지는 사고를 만났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지 기술자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방인을 위해 온종일 수리에 매달려 오토바이를 고쳐 준 고마운 친구들(오른쪽 맨끝이 의협심 많은 빅토르).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떠나기 전,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위험하지 않으냐’,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데, 이 공통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사고는 해결하기 위해 생기는 운명적인 일이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특히 해외여행 중 사고를 당하면 난처하게 된다. 그렇다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일이 생기면 그때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물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이번 여행 중 가장 어려운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스코보로디노에서 만난 한 오토바이 여행자가 지나온 길에 대한 정보로 “마고차(Magocha)에서 치타(Chita)까지 600km 구간에 마을이 없다. 그래서 마고차에서 ‘바이크 카페’에 찾아가서 오토바이를 맡기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곳은 위험지역이라 오토바이를 아무렇게 세워두면 안 된다. 자동차를 컨테이너 안에 세워둔다”고 전한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겨울에 영하 50도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엔진이 얼어 터진다. 그래서 컨테이너에 난방 장치를 하고 자동차가 동파하지 않게 보관한다. 이러한 컨테이너가 없으면 자동차를 구매할 수 없다. 

마고차에 도착해서 주소가 적힌 메모를 가지고 몇 번 길을 물었다. 번지수가 왔다갔다 해서 도무지 ‘바이크 카페’가 찾아지지 않았다. 드디어 구세주가 나타났다. 패기와 의협심이 넘치는 젊은 사나이 빅토르가 다가와서 도와주겠다고 한다. 메모지를 내보이자 전화를 하더니 안내하겠다며 앞장선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창고같이 생긴 조그마한 집이 찾고 있던 ‘바이크 카페’인 것이다. 잠자다 나온 듯한 엔지니어로 보이는 주인이 반겨 맞이했다. 1층에 오토바이를 넣고, 2층에서 휴식할 수 있다고 한다. 길바닥에서 창고까지 턱이 조금 높아 램프를 설치해 놓았다. ‘턱이 높아서 부딪치지 않겠느냐’ 하니까​ 문제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조심스럽게 램프로 올라갔다. 턱을 넘는 순간 밑이 쾅! 하고 걸려서 넘어졌다. 엔진오일이 줄줄 흘러내렸다. 큰 사고를 직감했다. 엔진 커버가 깨져서 엔진오일이 순식간에 다 흘러내렸다. 운행할 수 없는 큰 사고다​.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빅토르에게 “Help me(도와 달라)!”를 외쳤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빅토르가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해서 기술자들을 불러 모았다. 한 식당에 둘러앉아 대책회의를 했다. 대체적인 의견이 600km 떨어진 치타까지 견인해 가서 아르곤용접을 해 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란다. 이곳에서 내로라하는 기술자들이 다 모였다​.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가 마을 외곽에 사는 용접공이 자기 집에서 아르곤용접을 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트럭에 싣고 갔다. 이 마을은 냉전시대에 큰 공군기지가 있던 곳이라서 기술자가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용접공은 땀을 뻘뻘 흘리며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작업을 했다. 결과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시동이 걸리고 주의 깊게 살펴보니 기름이 조금 비쳤다. 그러나 더 할 방법이 없다. 여유로 기름을 한 통 더 사서 이동하며 계속 보충하기로 했다. 노심초사 끝에 밤 11시쯤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빅토르가 저녁 도시락을 준비해서 호텔로 안내해 주었다. 처음 계획은 마고차에서 하루 휴식하면서 마지막 물자를 구매하고, 가장 어려운 구간인 600km 라이딩을 준비하기로 했으나 매우 힘든 하루가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헌신적인 친구들의 덕을 봤다. 협객 빅토르와 뚱보 트럭 기사 샘, 기술자 블라디미르 등 모두가 온종일 매달려 자기 일처럼 애쓰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이들은 호텔로 찾아와서 위로하고, 오토바이에 휘발유를 가득 채워주었다. 마을에서 4km 떨어진 고속도로까지 나와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의리의 사나이들, 언제 다시 만나 감사인사를 하리라 가슴에 새기며 치타로 향했다.

중간에 하룻밤 호텔에서 자고 다음 날 저녁 무렵 치타에 무사히 도착했다. 치타에서 은행을 나오는데 젊은 바이크가 나타나 이곳에 있는 ‘바이크 클럽’으로 안내하겠다고 해서 멋모르고 따라갔다. 클럽에는 여기저기에서 온 바이크 4명이 있었다​. 클럽은 지나가는 바이크들의 휴식처였다. 넓은 홀에서 라면도 끓여 먹고, 커피도 마시며 밤늦게까지 이야기하며 놀다 소파, 의자 등을 이용해서 새우잠을 잔다. 각자 여행일정 계획에 대해 견해를 이야기하고 정보교환을 한다. 다음 날 바이칼호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고속도로에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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