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6·25때 헤어진 모자 ‘눈물의 상봉’ 그리고 또 작별
남북 이산가족 상봉, 6·25때 헤어진 모자 ‘눈물의 상봉’ 그리고 또 작별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08.24 14:00
  • 호수 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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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0일부터 금강산서 2박3일 감격의 상봉

92세 어머니, 71세 아들 꼭 끌어안아…99세 모친과 두딸은 만나자 통곡

상봉 이틀째 숙소 객실서 개별상봉…북측서 배달한 도시락 함께 먹기도

“상철아”, “어머니.”

65년이 훌쩍 넘는 오랜 기다림과 가슴에 사무치는 그리움은 이 부르짖음에 응축돼 터져 나왔다. 이금섬(92) 할머니는 상봉장에 도착해 북한에서 온 아들 리상철(71) 씨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오자마자 아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들 상철 씨도 어머니를 부여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남북의 이산가족이 지난 8월 20일 금강산에서 감격의 상봉을 했다. 금강산호텔에 마련된 남북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장은 반백 년이 훌쩍 넘은 기간 헤어졌던 혈육을 만나 부둥켜안은 가족들이 흘린 눈물로 채워졌다.

이산가족 1차상봉 첫날인 8월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 행사에서 우리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한에 사는 아들 리상철 씨와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산가족 1차상봉 첫날인 8월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 행사에서 우리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한에 사는 아들 리상철 씨와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차상봉단 첫날 눈물의 상봉

리상철 씨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버지 모습입니다. 어머니”라며 오열했다.

이금섬 할머니는 전쟁통에 가족들과 피난길에 올라 내려오던 중 남편과 아들 상철 씨 등과 헤어져 생이별을 견뎌야 했다. 이 할머니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가족사진을 보며 “애들은 몇이나 뒀니. 아들은 있니”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산가족 1차상봉은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북측 가족을 만난 우리측 이산가족은 최고령인 101세 백성규 옹을 비롯해 89명으로, 이 가운데 부모와 자식 간의 상봉은 7가족이었다. 이별한지 60년이 넘어 이산가족 1세대는 세상을 떠난 경우가 많아서다. 형제자매를 만나게 된 상봉자들도 있지만, 사촌이나 조카 같은 친척을 만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20일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이산가족들은 다시 헤어질 때까지 총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얼굴을 맞댈 기회를 가졌다.

20일 단체상봉에서 남측 한신자(99) 할머니는 북측의 두 딸 김경실(72), 경영(71) 씨를 보자마자 “아이고”라고 외치며 통곡했다. 

한신자 할머니와 두 딸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한 할머니는 전쟁통에 두 딸을 친척 집에 맡겨둔 탓에 셋째 딸만 데리고 1·4 후퇴 때 남으로 내려오면서 두 딸과 긴 이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내가 피난 갔을 때…”라고만 하고 미처 두 딸과 함께 내려오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울먹이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유관식(89) 할아버지도 북측의 딸 연옥(67) 씨를 만났다. 유 할아버지는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지만 딸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유 할아버지는 전 부인과 헤어졌을 당시에는 딸을 임신한 상태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번 상봉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

이산가족들은 상봉행사 이틀째인 21일 오전 개별상봉을 하고 전날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 단체상봉 형식으로 재회한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북측 가족 185명과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3시간가량 숙소인 외금강호텔에서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객실로 배달된 도시락도 함께 먹었다. 

둘째날인 21일 단체상봉에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 이금섬·리상철 모자
둘째날인 21일 단체상봉에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 이금섬·리상철 모자

북측이 준비한 도시락은 삼색찰떡, 오이소박이, 닭고기편구이, 낙지후추구이, 오이절임, 삼색나물, 숭어완자튀김, 돼지고기 빵가루튀김, 금강산 송이버섯 볶음, 소고기 볶음밥, 사과, 가시오가피차, 금강산 샘물 등으로 구성됐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마다 개별상봉 시간은 있었지만, 가족끼리만 식사한 것은 처음이다. 이영부(76) 씨는 개별상봉에 대해 “아무래도 자유롭고 훨씬 낫다”고 말했고, 따로 점심을 한 데 대해선 “얼마나 맛있어. 기분 좋고”라며 흐뭇해했다.

남북의 가족들은 개별상봉 시간을 이용해 가져온 선물도 교환했다. 

개별상봉을 위해 외금강호텔로 들어오는 북측 가족 중에는 ‘개성고려인삼’ 등 남측 가족에게 줄 선물을 든 이가 눈에 띄었다. 북측 가족들 손에는 백두산 들쭉술과 대평곡주 등 북측 당국이 준비한 선물도 하나씩 들려 있었다.

남측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은 북측 가족에 직접 전달되지는 않았고 북측 당국이 일단 따로 모았다가 추후 가족들에게 전달한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21일 오후 3시부터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은 전날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금섬·리상철 모자는 22일 기약 없는 작별을 해야 했다.
이금섬·리상철 모자는 22일 기약 없는 작별을 해야 했다.

◇사흘째 작별상봉과 아쉬운 이별

22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진행된 작별 상봉 및 공동 중식은 기약 없는 이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눈물의 파티가 되고 있었다.

“오빠, 울지마. 울면 안 돼…”

81세 여동생 순옥 씨의 말에도 88세 오빠 김병오 씨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3시간의 작별상봉이 끝나면 여동생을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침착하려고 애쓰던 여동생도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10분 넘게 남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아이고'라며 탄식만 내뱉었다.

김병오 씨 아들은 “평생 끝이니까…아무래도 많이 착잡하신 것 같다”면서 “아버지가 저렇게까지 우실 줄 몰랐다. 지금 저렇게 우시면 이따가 진짜 헤어질 때 어떠실지 걱정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2박 3일간의 상봉행사가 모두 끝난 뒤 22일 오후 1시께 남측 이산가족들이 귀환 버스에 올라타자 북측 가족들은 마지막이 될지 모를 가족들의 모습을 눈에 담고자 버스 창문에 줄지어 섰다.

한신자 할머니는 딸들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창문을 두드리며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북측 딸 김경영씨가 도착하자 모녀는 서로 창문을 격하게 두드리며 “아이고. 아이고” 울음을 터트렸다.

24~26일 2차 상봉 진행

한편 1차 상봉에 이어 이산가족 2차 상봉이 24~26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된다. 1차 상봉은 남측 이산가족들이 북측 가족들을 찾아 만났다면, 2차 상봉에서는 북측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83명과 동반 가족들이 남측가족들을 만난다. 이번 2차 상봉에 참여하는 남측 방문단은 337명으로 예정돼 있다. 일정은 1차 상봉 행사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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