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각 연합회에 부는 웰다잉교육 바람
대한노인회 각 연합회에 부는 웰다잉교육 바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8.31 10:43
  • 호수 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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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준비해 삶을 의미있게 하는 웰다잉”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죽음 쉬쉬하는 건 옛말… 경기‧충남‧경남연합회 등 좋은 반응 속에 교육

노인대학‧경로당에 강사 파견해 사전의료의향서, 장례의향서 작성 소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웰다잉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대한노인회 전국 시도연합회에선 이에 관한 활발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경남 산청군지회에서 진행된 웰다잉 교육 현장 모습.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웰다잉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대한노인회 전국 시도연합회에선 이에 관한 활발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경남 산청군지회에서 진행된 웰다잉 교육 현장 모습.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두려운 손님과 같은 존재라 생각했는데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멋지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8월 24일 대한노인회 경남연합회 산청군지회에서 진행한 웰다잉 교육을 수료한 이전용 단성면 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평소 무심코 외면했던 연명의료 문제부터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 등을 생각하면서 마음속에 존재했던 두려움이 되레 사라진 것이다. 이 분회장은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등을 차근차근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노인회 시‧도연합회를 중심으로 웰다잉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연합회 등은 지난해 교육을 마무리했고 충남연합회, 경남연합회 등은 올해 노인대학과 경로당을 대상으로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서울연합회와 전북연합회 등도 교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웰다잉법이 제정되고 올해 2월부터 본격 시행됨에 따라 각 지자체별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 작성으로 대표되는 웰다잉 교육의 중요성이 덩달아 강조됐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가 없는데도 단지 생명의 연장만을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웰다잉법에 따라 사전의향서와 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남겨놓을 수 있다. 이때 사전의향서는 본인이 향후 임종과정에 이르렀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다.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반드시 복지부 지정 사전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법적으로 유효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홍보 부족과 노인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현재까지 참여하는 사람은 전체 노인의 1%도 되지 않는다. 

대전웰다잉연구소 대표이기도 한 이철연 대전연합회장은 “인생은 누구나 홀로 왔다가 홀로 가야 하는 것으로 그 여정을 지혜롭게 개척하고 마지막을 꽃길로 만드는 법은 오직 자신에게 달려 있다”면서 “죽음을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자세로 남은 삶을 더 아름답고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게 웰다잉의 핵심”이고 말했다.

이에 노인 인식 개선과 문화를 주도해온 대한노인회는 웰다잉 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해부터 활발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경남도로부터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경남연합회(회장 신희범)는 관내 20개 지회의 노인대학 등을 활용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웰다잉 전문강사 자격증을 소지한 강사 34명이 활동하고 있다. 

2016년 대한웰다잉협회와 MOU(업무협약)를 맺고 웰다잉 교육을 시범적으로 진행한 충남연합회(회장 신안철)는 올해 1억2000만원의 예산을 받아 전 경로당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 경남연합회와 달리 교육 전체를 대한웰다잉협회에 맡겨 전문성을 높였다.

웰다잉 교육 내용은 강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사전의향서 작성과 각종 장례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교육 방식도 노인들이 충분한 고민을 통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역할극 등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명의료로 고통 받는 당사자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막대한 병원비를 지불하는 가족들의 사례를 충분히 보여주고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 절대로 사전의향서 작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전반부가 사전의향서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후반부는 장례 관련 내용으로 채워진다. 역시 전반부와 마찬가지로 각종 사례 소개와 역할극을 통해 어르신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장례 형식을 찾도록 하고 더 나아가 사전장례의향서 작성의 중요성까지 생각해보게 한다. 

교육을 수강한 어르신들은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다. 경남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 노균석 센터장은 “교육 후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라면서 “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육을 꾸준히 업데이트해 내년에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남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 김혜옥 팀장은 “초기엔 교육 자체에 대해서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는 등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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