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산책]일몰
[디카시산책]일몰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08.31 13:51
  • 호수 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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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저녁이 등불을 달고 막 출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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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감하고 소명을 다한 해가 지고 있는데, 때마침 오징어잡이를 떠나는 어선 한 척이 그 앞을 스쳐 지나간다. ‘낮’은 집으로 돌아가고, 집에서 막 나온 ‘저녁’은 환한 등불을 달고 출항하고 있다. 저 배는 저녁 내내 밤을 길어 올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떠났던 곳으로 귀항할 것이다. 일몰은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런 순간이다. 새벽은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는 그런 시간이다. 그러니 돌아오는 것이 있고 떠나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순간순간이 모여 일 분 일 초가 되고 한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일생이 된다. 저토록 붉고, 저토록 따뜻하고, 저리 선명한 하루가 모두 우리들의 일 분 일 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찰나가 스쳐 지나간다. ‘찰나(刹那)’는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의 단위로 지극히 짧은 시간 즉, 눈 깜짝할 사이를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찰나의 찰나를 우리는 살고 있다. 어찌 귀하지 않겠는가.    

시‧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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