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목소리 높아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목소리 높아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8.31 14:26
  • 호수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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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관련 협의체 구성 제안… 논란 재점화

[백세시대=이영주기자]

불법 대리수술, 의료사고 예방 위해… 그간 의료계 반대로 법제화 무산

의사 폭언에 수술실 간호사들도 설치 요구… 의협은 “사회적 논의 필요”

불법 대리수술로 인한 의료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모든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불법 대리수술로 인한 의료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모든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술실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리수술로 인한 의료 사고는 물론이고, 마취중인 환자를 수술실에 홀로 방치하는 일도 발생한다. 

지난 2014년에는 수술실에서 환자를 두고 생일축하파티를 열고 휴대폰 카메라로 인증 사진까지 찍은 한 간호조무사의 만행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마취로 의식이 없는 환자는 수술 도중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다.

상황이 이렇자 수술실에 폐쇄회로TV(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병원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8월 22일 성명을 통해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대리수술 문제와 수술실 내 각종 성희롱 및 폭력사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의 조속한 법제화를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의협의 주장으로 촉발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논란을 짚어본다.

◇왜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주장하나

의사가 아닌 간호사, 간호조무사 심지어 의료기기 판매 직원이 수술하는 불법 대리수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 2016년 6월 서울의 한 정형외과는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이 의사를 대신해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해 행정처분을 받았다. 

대리수술은 의료 사고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은 CCTV가 대리수술로 인한 의료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또한 수술 도중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술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은 의료사고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자료가 될 수 있다며 CCTV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수술실에서 의사로부터 성희롱과 폭언에 시달린 간호사들도 CCTV 설치를 주장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 27일 강원대병원 수술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37인이 노동조합과 함께 수술실 고충을 토로했다. 간호사들이 19쪽 분량으로 쓴 글에는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의사들의 만행이 폭로돼 있고, 대책 방안으로 병원 내 CCTV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대본부는 “온갖 종류의 성희롱 속에서 이들은 여성으로서, 간호사로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며 “오죽하면 이들이 병원 내 CCTV와 음성녹음기 설치를 요구할까? 일상적인 얼굴평가, 몸매평가, 신체접촉이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수술실에서 간호사들은 당장이라도 수술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과 함께 사직을 고민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의사협회가 불편해 하는 이유는

사실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19대 국회에서 법제화가 추진된 바 있다. 최동익 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소위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에 대해 의료인이 환자 동의를 얻어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하고, 환자 요구 시 영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법안은 환자의 비밀과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환자의 사생활도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당시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안 입법화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의사협회는 여전히 사생활 침해와 수술집도의사의 집중력 저하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민들의 알 권리의 측면도 있지만 개인정보 공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며 “치료받는 상황을 노출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CCTV는 지금도 많은 의료기관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 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돼 환자들이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수술 장면 공개를 꺼릴 수도 있다. 의사와 국민 양쪽 모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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