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칼럼-정년이라는 삶의 무게를 떨쳐버리고!
초대칼럼-정년이라는 삶의 무게를 떨쳐버리고!
  • super
  • 승인 2006.08.2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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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 일생을 살다보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들을 접하게 된다. 정년, 명예퇴직, 퇴출, 실직, 조기퇴직, 해고, 촉탁…. 이 가운데 가장 희망적이고 위안이 될 단어를 찾자면 단연 촉탁(囑託)이 아닐까 


정년에 가까운 직장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단어들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가로막는 장벽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단어들은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주변에서 죽음, 이별, 정년, 퇴출, 실직, 촉탁이란 단어들을 실감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어쩔 수 없는 나의 동반자가 돼 드라마에 나오는 명퇴자들을 공감하는 처지가 됐다.


인간이 늙으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후손들에게 전수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마저 잠시 망각하고, 단지 외로움과 소외감을 견디지 못하고 더러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인은 자신의 젊었을 때를 뒤돌아보면서 후회와 반성을 하지만, 젊은이는 자신이 늙었을 때를 생각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젊은이들이 오로지 자기들의 이론과 논리의 잣대로 나이든 사람들의 경륜을 무시하는 듯 한 경우를 당할 때는 서글픔을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젊은이들의 오만함이나 버릇없음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늙은이들도 보다 적극적인 삶의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늙었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자존심을 지키며 무슨 일이든 맞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생활하다보면 명퇴나 정년 후에 오는 좌절감, 상실감을 느낄 새도 없을 것이다. 또 어른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일도 훨씬 덜 할 것이다.


인간의 분별력이 가장 왕성한 때를 50대 이후라 했다. 지금의 사고력이 젊은 시절과 비교해 조금도 손색없다고 느껴지고 오히려 판단력, 통찰력, 분별력 등은 더 정확하고 경륜이 쌓여 신중해졌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나 자신 고희를 몇 해 전에 넘겼지만 아직도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어 용기와 능력이 더 이상 녹슬지 않도록 여러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전을 펼쳐보면 촉탁이라는 단어는 일을 부탁하여 맡김, 일을 부탁 받은 사람 또는 부탁을 받아 어떤 일을 보는 공무원 및 직원이라고 돼 있다. 나이가 많거나 능력이 부족해 혹은 결과를 책임질 수가 없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니 ‘이 나이에 내가 뭘 ’이라는 생각은 버리고 좀 더 적극성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능력을 한껏 발휘해본다면 보다 안락한 노후가 되리라 생각돼 감히 권해 보는 바이다.

이   윤  천주교 서울교구 노인대학연합회 노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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