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 폐지 시행 위한 토론회서 날선 비판… “한 조사표로 모든 장애 평가한다니…”
장애등급 폐지 시행 위한 토론회서 날선 비판… “한 조사표로 모든 장애 평가한다니…”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09.07 10:42
  • 호수 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조종도기자]

시청각장애인단체 “되레 서비스 줄어들 우려… 충격”

홍순봉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오른쪽)가 9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위한 장애인단체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순봉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오른쪽)가 9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위한 장애인단체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모든 장애유형에 대해 한 가지 종합조사표를 가지고 평가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맞춤형 장애인복지를 실시하겠다면서 예산 규모에 대해 제시하지 않아 신뢰가 가지 않는다.”

9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위한 장애인단체 토론회’에서는 날선 비판들이 쏟아졌다.

보건복지부 주최로 35개 장애인단체가 참여한 이날 토론회는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10월부터 민관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정책 당사자인 장애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의학적 등급(1~6급) 판정에 따라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등급제는 장애인 개인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공급자 중심의 전달체계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를 폐지하는 것이 장애인들의 숙원이었다.

정부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및 종합지원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발표하고 최근까지 10차례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어 세부방안을 논의해왔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7월 활동지원 급여, 보조기구 교부 등 일상생활 지원에 이어 ▷2020년에는 장애인 전용 콜택시, 주차구역 이용 등 이동지원을 하고, ▷2022년에는 장애인연금 지급, 장애의무고용 대상 포함 등 소득·고용지원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복지부는 장애등급을 활용하고 있는 79개 서비스에 대해 등급제 폐지 이후 서비스별로 ▷종합조사 결과 활용, ▷장애정도 활용, ▷별도기준 마련 등 세 갈래로 새로운 기준을 마련 중이다.  

먼저 활동지원, 거주시설, 보조기기, 응급안전 서비스에 대해서는 등급이 아닌 종합조사 결과를 활용해 수급자와 급여량을 결정한다. 

건보료 등 감면·할인 서비스의 경우, 기존 수급자 혜택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1~3급, 4~6급의 두 단계로 나눠 제공한다. 장애인연금, 중증장애인 병역면제 등은 별도기준을 마련한다.

이상진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초상담, 복지욕구 조사, 서비스 필요도 조사 등 3개 영역의 종합조사표를 작성한다”면서 “종합조사도구 시범사업 결과 하루 최대 활동지원시간이 이전보다 확대되고(14.7→16.8시간) 월 평균 활동지원시간도 5시간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된 종합조사표 가운데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서비스 필요도 조사 중 하나)가 직격탄을 맞았다.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는 기능제한, 사회활동, 가구환경의 세 영역으로 나눠 지원 필요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다. 예컨대 ‘옷갈아입기’ 지원이 불필요하면 0점, 필요하면 2점, 상당히 필요하면 4점, 전적 필요시 16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홍순봉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는 “한 장애유형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등급이 있고 욕구도 다른데 이 종합조사표 하나로 활동지원, 고용지원 등 모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복지부는 등급폐지 후엔 맞춤형이 제공되기 때문에 서비스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시청각장애인들은 등급이 하락하고 서비스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종합조사표로 바뀌면 평균 월 5시간의 지원시간이 증가한다고 복지부는 말하지만, 엄격한 평가에 따라 3차 시범사업에서 기존 활동지원 수급자 1886명 중 246명(13.5%)이 급여에서 탈락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OECD평균의 장애인복지예산(8조) 규모를 약속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면 종합조사표는 점수로 장애인의 삶을 잘라내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조선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도 “모든 유형의 장애인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라고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뇌병변장애간에도 욕구가 다른데 15개 장애유형 간 동일한 문항을 갖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기형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홍보위원은 “종합조사표가 맞춤형이 아니라 하나의 포괄적인 종합조사표에 불과해 서비스가 필요한지 안한지 정도만 판단할 수 있다”면서 “모든 장애유형별로 전문화,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현준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종합조사표는 오랫동안 장애인 단체들과 논의하며 만들어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 7월까지 민관협의체를 비롯해 다양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등급제 폐지가 공감과 신뢰에 기반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조종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