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73]마음의 갈래를 잡으라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73]마음의 갈래를 잡으라
  • 박 현 정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 승인 2018.09.07 11:01
  • 호수 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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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갈래를 잡으라

두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두 갈래로 내지 말고,

세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세 갈래로 내지 말며,

마음을 오로지 하나로 하여 

만 가지 변화를 살피라. 

弗貳以二  (불이이이),  

弗參以三  (불삼이삼),

惟心惟一  (유심유일)  

萬變是監  (만변시감).

- 이황(李滉, 1501-1570), 『퇴계집(退溪集)』 권7「성학십도(聖學十圖)」 경재잠(敬齋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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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학십도(聖學十圖)』는 퇴계가 선조에게 올린 학문의 요체를 나타낸 도식이다. 그는 선조가 성군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성학십도를 지어 올렸다. 그 중 아홉 번째 「경재잠(敬齋箴)」에 이런 내용이 있다. 그는 주희(朱熹)가 말한 “두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두 갈래로 내지 말고, 세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세 갈래로 내지 말며, 마음을 오로지 하나로 하여 만 가지 변화를 살피라”를 말하며, 이것이 바로 경(敬)의 자세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하나에 집중하여 한 갈래의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하는 것은 매 순간 자신의 마음을 하나로 하여 모든 일을 진정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경(敬)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구절은 ‘마음을 하나로 하여 다른 데로 가지 않는다(主一無適)’, ‘항상 또랑또랑하게 깨어 있게 한다(常惺惺)’,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여 엄숙하게 한다(整齊嚴肅)’이다. 즉, 경의 자세는 정신이 한 군데로 집중되어 다른 데 여러 갈래로 흩어져지지 않고, 항상 깨어 있으며, 단정한 몸가짐과 엄숙한 태도를 유지하는 진정성을 나타낸다. 

퇴계는 경을 그의 사상적 핵심으로 삼고, 매 순간 경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경을 유지하는 태도는 매순간 흐트러질 수 있는 인간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잡아준다.

최근 벌어지는 많은 패륜적, 엽기적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단면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진정성이 매몰되고 피폐해진 윤리의식의 결과물이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진정한 자아를 모색하는 것은 건강한 개인과 건강한 사회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선조가 성군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퇴계의 성학십도는 바로 이 진정성을 중심으로 한다. 두 가지 일, 세 가지 일에 마음을 여러 갈래로 갈라놓고는 정작 내 마음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지는 않는가? 오늘날 우리에게 퇴계선생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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