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희 대한노인회 서울 양천구지회장 “90세에 지회장 업무 버겁냐고? 복잡한 기업 경영 비하면 덜 힘들어”
홍성희 대한노인회 서울 양천구지회장 “90세에 지회장 업무 버겁냐고? 복잡한 기업 경영 비하면 덜 힘들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9.07 11:05
  • 호수 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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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목동 트라팰리스아파트경로당 설립…외국 나가 있는 주민 동의 어렵게 얻어

회계 학원 강사 30년 경력 바탕으로 경로당 회장, 총무 대상 운영 규정 교육

대한노인회 245명 지회장 가운데 우리 나이로 90세 이상이 여럿 있다. 이상태 전북 완주군지회장(93)과 홍성희 서울 양천구지회장(90), 그리고 김이태 일본 오사카지회장(98) 등이 그들이다. 지난 9월 초 서울 신정동에 위치한 양천구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홍성희 지회장에게 지회장 업무가 과중하지 않느냐고 묻자 “과거 복잡한 기업 경영에 비하면 지회장 업무는 그리 힘들지 않다”며 “우리 집이 50층 아파트의 21층인데 운동 삼아 가끔은 걸어서 오른다”고 말했다. 노인회와 뒤늦게 인연이 닿은 홍 지회장은 목동의 트라팰리스아파트 경로당을 설립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노인회에 봉사하게 된 계기는.

“76세까지 기업 고문·대표를 했다. 오래 전 목동의 트라팰리스아파트 입주 후 아내로부터 경로당이 없어 불편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경로당 설립을 주도했다. 원래 (트라팰리스같은)주상복합건물은 경로당을 반드시 두어야할 의무조항은 없다.”

-쉽지 않았을 텐데.

“비싼 땅에 들어선 아파트에 집 한두 채 규모의 경로당을 만들겠다는데 협조가 잘됐겠는가.  일부 주민들은 외국에 나가 있고, 어떤 이들은 경로당으로 인해 자기 지분 몫에 손해가 날까 우려하기도 했다. 주민 75%의 동의를 얻어내기까지 8개월이 걸렸고 경로당 설치를 위한 지목 변경도 까다로웠다.”

홍 지회장은 이 아파트경로당 회장으로 7년 3개월을 봉사했다. 이후 양천구지회에서 부회장직을 제의해 5년 남짓 부회장을 지냈다. 그리고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실시한 지회장 선거에 출마해 압승을 거뒀다. 홍 지회장은 “지회장이 명예직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이 생기는 자리도 아닌 봉사직인지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당선 비결은.

“비결이라기보다는 소견발표를 열심히 준비했다. 제가 부회장을 지내면서 지회 현황이나 문제점 등 현상 파악은 이미 다 했다. 지회가 나름 장점도 갖고 있다. 160개의 경로당과 5000여명의 회원이라는 ‘자산’이 있는데다 대한노인회 중앙회, 서울연합회라는 전국적인 조직과 연결망이 돼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중심으로 양천구의 현실에 맞는 변화를 일차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변화인가.

“경로당 운영비 인상,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 등이 우선 해결 과제이다. 비좁은 지회 회관의 근무환경 개선이 그 다음이다. 경로당 회장과 총무가 함께 교육을 받을 장소가 없어 경로당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홍 지회장은 지회 직원들의 사기진작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근무복을 제공해 업무 분위기를 향상시켰고,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명찰을 달도록 했다.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에겐 점차적으로 성과급도 지급할 계획이다.

-지회 건물도 낡고 비좁다.

“처음 이 건물은 초대 지회장이 구청 땅 위에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한 것으로 중간에 보훈회관이 들어오면서 같이 쓰고 있다. 2층 지회 사무실에 칸막이를 치고 사용하던 지회장실을 없애고 3층 강당 창고자리에 지회장실을 새로 만들었다.”

홍성희 서울 양천구지회장이 서울 양천구 신정동 지회 건물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을 과시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이병례 사무국장. 직원들의 근무복과 명찰이 눈길을 끈다.
홍성희 서울 양천구지회장이 서울 양천구 신정동 지회 건물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을 과시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이병례 사무국장. 직원들의 근무복과 명찰이 눈길을 끈다.

홍 지회장은 “구청장, 구의회 의장, 국회의원 등 내빈들이 방문해 긴밀하게 얘기를 나눌 사적인 공간도 없고 업무 소음으로 정상적인 업무가 힘든 상태였다”고 말했다. 새 지회장실은 5평도 채 못 되는데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구청에서 무슨 말이 없던지.

“국회의원이 여기를 올라와보고 충분히 공감을 하고 노인회관 신축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하철차량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6만평 땅이 생기고 그 중 2000평에 회관을 신축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홍성희 지회장은 가천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그 과정에서 특강(재무회계 이론과 실무를 겸함)도 했다. ㈜상아프론테크 상임감사, ㈜엠씨원택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30여년간 중앙경리학원, 한국실무회계학원 전임강사로 활동한 재무회계 전문가다.    

-어떤 기업을 운영했나. 

“TV, 핸드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삼성·LG 등에 납품하는 업체로서 국내에 몇 안 되는 무검사 납품회사이다. 문제가 되면 회사가 모두 책임지는 구조였다. 하나의 실수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표준작업생산량을 초과한 직원들에겐 인센티브(성과급)를 주어 격려했다.” 

-양천구를 소개해 달라.

“햇빛이 하루 종일 들고 맑은 강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양천(陽川)이라 명명했다. 강서구에서 아파트 지역을 분리해 양천구를 만들었다. 양천구민은 50여만명, 노인은 5만6000여명(12%)이다. 기업이 없고 주택거래에서 나오는 양도소득세나 주민세가 세수의 대부분이라 재정자립도가 약한 편이다.”

-경로당은 어떤가.

“160개 경로당 중 구립이 40여개, 나머지는 사립이다. 아파트 경로당이라 시설이 좋은 편이다. 물론 1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아파트 경로당은 시설이 열악하기도 하지만.”

-경로당 현안이라면.

“제가 당선된 후 지금까지 전체 경로당을 모두 방문했고, 특히 폭염 때는 일부러 찾아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기도 했다. 다들 잘 하고 있었지만 운영 규정을 잘 모르는 경로당도 있었다.”

-어떤 부분인가.

“경로당은 임원을 구성해 운영돼야 한다. 총무나 감사를 회장의 친인척이 맡으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곳이 있고, 어떤 경로당은 회장이 총무를 겸하기도 한다. 감사도 제 역할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령, 감사는 업무 감사만 하고 감사 보고 때 의견 제시에 그쳐야 하나 업무에 끼어들려고 한다. 들고나간 돈을 한 장의 수지계산서에 적는 방법을 모르는 경로당도 있어 이런 것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학원 강사의 경험이 도움이 되겠다.

“그렇게 수준 높은 교육은 아니고(웃음). 올해 경로당 회장과 총무를 대상으로 재무회계를 비롯해 운영 규정 등을 교육할 생각이다.” 

-90세를 넘길 줄 예상은 했는지.

“그런 상상이 가능이나 했나. 다들 죽음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만 생로병사라는 말 그대로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몸 관리를 잘 한다면 100세까지 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좋았던 나이는.

“30~50대가 가장 좋았다. 그때는 새벽에 나와 학원 아침반 강의하고 회사에 출근해 경리 업무를 관리했다. 5~6시간만 자고 나머지 에너지를 일에 쏟아 부었다. 보람도 느꼈던 시절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욕심이 많은 편이다. 남보다 떨어지지 않고 잘 하려는 성격이다. 양천구지회를 서울연합회 25개 지회 중 상위 그룹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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