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6) 유라시아에서 만난 사람들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6) 유라시아에서 만난 사람들
  •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09.07 11:27
  • 호수 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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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교통위반으로 범칙금 물판… 경찰 귀에 대고 “호텔”이라 하자 길 안내

기차역을 몰라 한 청년에게 기차소리 내자 금세 알아차리고 알려줘

길에서 만난 바이크 라이더는 금세 친구가 된다. 서로 어디서 왔는지 묻고 그동안 다녀온 곳의 특이사항들을 나누곤 한다. 출신 국가와 언어가 달라 충분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도 짧은 영어와 손짓, 발짓을 가미하면 의사 전달에 무리가 없다.
길에서 만난 바이크 라이더는 금세 친구가 된다. 서로 어디서 왔는지 묻고 그동안 다녀온 곳의 특이사항들을 나누곤 한다. 출신 국가와 언어가 달라 충분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도 짧은 영어와 손짓, 발짓을 가미하면 의사 전달에 무리가 없다.

여행의 즐거움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데도 있다. 서로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로 시작해서 얼마 동안 여행하느냐, 다녀온 곳의 특이 사항이 무엇이냐, 너의 여행의 주안점이 무엇이냐 등의 공통적인 질문을 하게 마련이다. 

서로 언어의 한계로 충분한 의사소통은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은 짧은 영어로라도 의사 전달에는 어려움이 없다. 손짓 발짓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고 과정이 아니겠는가. 난 러시아어는 한마디도 모른다. 교통 안내표시판은 상형문자 보는 것 같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러시아 중부의 큰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교통 위반으로 경찰에 잡혔다. 교통 안내표시판이 없는 큰 로터리에서 좌회전하는데 도로 폭이 넓어 그만 역주행이 되고 말았다. 마침 사이드카를 탄 교통경찰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기 전 경험자들이 들려주는 ‘러시아의 교통경찰은 50불이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교통경찰 앞에서 천천히 그리고 공손하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했다. 교통경찰이 러시아어로 뭐라고 말한다. “나는 당신이 지금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라고 공손히 말했다. 경찰관이 또 뭐라고 말했다. 나도 같이 반복한다. 몇 차례 서로 반복했다.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내가 양손을 모아 귀에 대고 머리를 갸우뚱하며 “호텔”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호텔?” 하길래 나는 웃으며 “예스 호텔” 하고 메모지와 펜을 주었다. 경찰관이 약도를 그려주며 손가락으로 열심히 뭐라고 호텔위치를 설명한다. 교통 위반사항은 어디로 사라졌다. 이것이 여행자의 특권이다. 그리고 러시아 경찰은 멋쟁이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천박한 행동보다 훨씬 인간적이지 않은가. 말을 잘 해서 변명이라도 늘어놓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치킨이 먹고 싶을 때다. 그러면 “꼬꼬댁 꼬꼬” 하며 닭 날갯짓을 한다. 식당에서 식사하던 사람까지 웃겨서 식욕을 돋운다. 이 방법은 담양 야영장에서 만난 호주인 오토바이 세계여행가한테 배운 것이다. 그는 열 가지 동물 울음소리를 잘 하는 것이 여행의 큰 무기라 했다. 그는 지금쯤 러시아 어디에서 “음무우~~” ​하고 있을 것이다. 

이르쿠츠크에서 ​청년에게 “기차역이 어디에 있느냐?”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물어봐도 소용없다. 고개만 흔들어 댄다. 러시아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손을 길게 펴 보이며 ​기차 소리를 냈더니 금세 알아차리고 땀을 흘리며 뛰어가서 가르쳐 주었다.​ 고마운 그 청년, 사진도 한 장 같이 못 찍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하고 직접 나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비가 오는 저녁 퇴근 시간, 중앙역 앞은 매우 복잡했다. 그 가운데서 주소 적힌 메모지를 보이자 몇 사람이 손사래를 치고 바쁜 걸음으로 사라졌다. 이때 한 젊은 여인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휴대전화기로 전화를 해서 위치를 확인하고, 자기 차로 목적지까지 에스코트해 주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도 한 여성이 그렇게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역시 천사는 여성이다.

여행 중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때마다 나타나 도와주는 수호천사 같은 이가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기 차로 목적지까지 에스코트 해준 고마운 여성.
여행 중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때마다 나타나 도와주는 수호천사 같은 이가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기 차로 목적지까지 에스코트 해준 고마운 여성.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토바이 통관을 위해 3일이나 관세청에 불려 다니며 고생하면서, 러시아에서 앞으로 큰 고생 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친절하고 순수하다. 

통관 지연과 마고차에서의 사고 등으로 일정이 계획보다 5일이나 지체되었다. 그래서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대륙횡단 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르쿠츠크 기차역에 가서 화물로 오토바이를 어떻게 운송할지 알아보았으나 엄두가 나지 않아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한국영사관의 주선으로 현지인이 운송 절차를 도와주었다. 현지인이 오토바이 운송을 접수하는데도 4시간 이상 걸렸다. 화물 접수창구를 담당하는 할머니는 마치 판사처럼 높은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서 여권 기재사항이 왜 러시아어로 표기되지 않고 영어로 돼 있느냐고 불평을 한다. 

영어 알파벳을 러시아어로 타자치기 위해 젊은 여사무원의 도움을 받았다. 헌데 신청서 하나 접수하는데 30분 넘게 걸렸다. 기차표는 수표책만한 크기에 성명, 생년월일, 성별, 국적, 여권번호 등을 타자해서 발급하는데 또 20분 이상 걸렸다. 그러니 기차역이 북새통일 수밖에.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열심히 뛰어다니며 화물 운송접수를 마치고 나서야 다음 날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러시아가 개방은 했지만 행정개혁이나 시스템변혁은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러시아의 경제가 뒷걸음질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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