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의 ‘애기애타 리더십’
도산 안창호의 ‘애기애타 리더십’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8.09.07 11:40
  • 호수 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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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자신을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란

도산의 애기애타 리더십이 

사랑과 섬김을 요체로 하는

최근의 ‘서번트 리더십’보다

앞섰다는 데 미국인들 경외감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도산 선생의 탄신일인 11월 9일을 ‘도산 안창호의 날’로 선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주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결의안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한국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애국지사로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존재라고 하면서, 도산의 리더십은 미국에서 한인사회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적시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시 시청 앞 광장에는 세 개의 동상이 있다. 하나는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마틴 루터 킹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의 영웅이자 세계적으로 비폭력저항운동의 창시자인 마하트마 간디이다. 그 사이에 한국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킹, 간디, 도산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더 큰 뜻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고, 대의 구현에 필요한 조직원들의 협력과 단결을 이루려고 최선을 다했으며, 비폭력으로 이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리버사이드시가 이들 세 인물의 동상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시청 광장에 건립한 이유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라’는 의미의 ‘愛己愛他’ 라는 친필 유묵을 가족에게 남겼다. 킹, 간디, 도산 모두 ‘애기애타 리더십’을 몸소 실천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도산 선생이 시간이 갈수록 국내외에서 그 진가가 부각되는 이유는 그가 매우 높은 수준의 리더십 사상을 지녔고, 이를 삶에서 실천하였음은 물론 리더십 교육을 통해 후진을 양성하였기 때문이다. 

리더십에 관한 서적만 수십만 권에 달하고 그 이론도 다양하게 많으나, ‘애기애타(愛己愛他)’가 상징하는 사랑과 섬김을 리더십의 요체로 인식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민주화가 정치는 물론 사회 부문에서 시대적 대세가 됨은 물론 SNS의 발달로 구성원 모두가 지도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권위와 카리스마 리더보다는 사랑과 섬김을 바탕으로 한 ‘애기애타’ 지도자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투철한 직업의식과 겸손한 인성을 갖춘 CEO가 수익을 많이 올린 이른바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을 경영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이에 더해, 그린리프 서번트리더십연구소(Greenleaf Servant Leadership Institute)는 CEO가 조직원을 ‘서번트 리더십’으로 대하는 기업은 ‘위대한 기업’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CEO가 구성원을 사랑으로 섬기면, 구성원들도 같은 마음으로 고객을 섬김으로써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고, 그 결과 수익률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 미국에서 열렸던 서번트 리더십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도산의 애기애타 리더십에 관해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1980년경에 개발된 서번트 리더십과 거의 같은 리더십 개념이 한국에서 이미 1910년대에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정을 서로 주고받는 것도 갈고 닦아야 한다’는 의미의 ‘정의돈수(情誼頓修)’ 개념을 정립해 이를 1913년 창단된 흥사단 단원 교육에 활용함으로써 ‘애기애타’를 리더십의 기본으로 삼았다. “아니 솟던 샘도 파면 솟는 일이 많습니다. 조금 파면 아니 솟던 것이 깊이 파면 솟는 일도 있습니다. 그것이 사랑 공부요, 사랑을 공부함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기를 수가 있습니다.”라는 도산 선생의 말씀은 정의돈수를 통해 애기애타 리더십을 키울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랑을 화두로 던지고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을 꼽았다. 김 추기경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삶을 통해 꿋꿋하게 실천한 성숙한 인격으로 도산 선생을 생각한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독립운동을 할 때에, 그 독립운동은 아주 고귀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진실을 바탕으로 해서 민족의 독립과 자주를 차지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독립투쟁을 한 분 중에서 안창호 선생 같은 분이 없다고 봅니다”라고 김수환 추기경은 도산에 대한 생각을 언급했다. 

도산 선생은 흥사단 연설에서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라고 하였다. 올해 도산 탄신 140주기를 맞아 국내에서도 기념메달이 발행되는 등 각종 행사가 열릴 예정인 바, 물질주의의 팽배로 온갖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우리 모두 애기애타 정신으로 무장함으로써 스스로 리더가 될 노력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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