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보태니카’ 전…식물을 소재로 한 다양한 현대미술
부산시립미술관 ‘보태니카’ 전…식물을 소재로 한 다양한 현대미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9.07 13:40
  • 호수 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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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쿠사마 야요이 등 동아시아 4개국 19명 작품 선봬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No. 5’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No. 5’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는 형형색색의 꽃들부터 풍파를 견뎌내며 올곧게 자라난 나무들까지, 얼핏 보면 식물원인줄 알았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부산시립미술관이야기다. 삭막했던 콘크리트 건물에 식물을 소재로 한 회화, 조각, 영상 작품 등을 꾸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내년 2월 17일까지 열리는 ‘보태니카’ 전에서는 동아시아 현대미술 작가들이 식물을 대표로 한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조명한다.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 4개국 작가 19명의 회화와 사진, 영상과 설치 등 모두 67점으로 구성됐다.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1932~2006)과 ‘호박’(Pumpkin) 시리즈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일본)를 비롯, 슈빙(중국)과 촹 치웨이(타이완) 등 주목받는 동아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자연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발휘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닌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변형된 자연’ 또는 아시아 특유의 자연관을 통해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들여다본다. 급속한 산업화와 성장이 자연 친화적이었던 생태환경을 어떻게 훼손시켰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담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No. 5’가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소형 비디오 모니터 여러 대를 샹들리에 형태로 구성, 천장에 설치한 작품으로 케이블과 모니터가 복잡하게 얽혀 식물로 뒤덮인 모습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샹들리에의 형태를 띠고 있다. 조명이 떨어지는 샹들리에가 아닌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샹들리에를 통해 우리가 어떠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전시실 로비를 대규모 녹색정원으로 꾸민 손정은의 ‘복락원’도 눈길을 끈다. 살아있는 식물들로 꾸며진 쾌적하고 안락한 정원 같지만 실제로는 나무, 꽃 심지어 조잘조잘 들려오는 새소리와 이끼까지 모두 가짜인 인공 정원이다. 탄생과 소멸의 자연스런 순환과정을 거치는 생태계가 아닌,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도록 변치 않고 간직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물방울무늬를 무한 반복, 증식, 확산하는 작품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한 쿠사마 야요이는 신작 ‘별처럼 빛나는 호박’을 선보인다. 확대된 호박 조형물 표면에 물방울무늬 타일이 장식된 독특한 작품으로 트레이드마크인 점박이 무늬를 그려 넣어 현대인의 강박적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보태니카: 야외프로젝트’도 함께 진행된다. 일본의 타다시 카와마타, 중국의 리아오 페이, 한국의 한석현·한성필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온 4명의 작가가 야외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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