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생의 거친 폭풍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자연과 인생의 거친 폭풍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9.07 13:42
  • 호수 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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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두 편 나란히 개봉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어드리프트    부서진 요트 타고 41일간 표류한 두 남녀의 극한 생존기       

체실 비치에서  신혼 첫날밤 性문제로 생긴 갈등 끝 이별한 연인 이야기

바다를 배경으로 남녀 간의 아름다운 사랑과 안타까운 이별을 다룬 영화 두편이 잇달아 개봉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세계적인 작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체실 비치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남녀 간의 아름다운 사랑과 안타까운 이별을 다룬 영화 두편이 잇달아 개봉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세계적인 작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체실 비치에서’

바다는 매혹적인 공간이다. 드넓고 푸른 공간이 내뿜는 매력 덕분에 방금 만난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무서운 공간이기도 하다. 매년 수많은 사람이 거친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런 바다가 가진 이미지를 배경으로 연인들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월 6일 개봉한 ‘어드리프트’와 20일 선보일 ‘체실 비치에서’ 이야기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등 공통점이 있고 실화와 픽션이라는 차이가 있어 비교하며 보면 좋다.

먼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어드리프트’(표류)는 주인공 ‘태미’(쉐일린 우들린 분)와 ‘리처드’(샘 클라플린 분)가 41일간 바다 한 가운데서 표류한 이야기를 다룬다.

아름다운 섬 타히티에서 태미는 기약 없는 여행을 하고 있다. 여행 경비가 될 만큼만 일하고, 남은 시간은 서핑을 하는 등 구속받지 않는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태미는 ‘수평선을 넘는 자’라는 뜻의 ‘마얄루가호’를 타고 나타난 리처드를 만난다. 태미는 그가 직접 만든 요트에 초대받으면서 점차 가까워지고, 전 세계를 함께 항해하는 청사진을 그리게 된다.

리처드는 지인인 노부부로부터 그들의 요트를 미국 샌디에이고로 옮겨 달라는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태미는 행선지가 자신의 고향인 샌디에이고라는 사실에 머뭇거리지만 무사히 임무를 마치면 1년 치의 여행 경비가 생긴다는 사실과 자신을 향한 리처드의 진심을 확인하고 여정에 합류한다. 

실제 41일간 바다에 표류했던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어드리프트’
실제 41일간 바다에 표류했던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어드리프트’

무려 6500km에 달하는 긴 항해가 시작되지만 남태평양 한복판에서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그들의 요트를 집어삼킨다. 3개 돛대는 모두 부러지고 물과 식량도 대부분 파도에 휩쓸려가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리처드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다리가 으스러지고 만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태미 뿐이다.

이후 영화는 다친 리처드를 대신해 ‘초보 선원’ 태미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태미는 구명보트에 매달려 간신히 목숨을 건진 리처드를 구해내고 부서진 요트를 수리하는 등 놀라운 생존능력을 보여준다.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리처드는 사실상 생존 확률을 낮추는 존재지만 태미는 끝까지 그를 돌보며 정신적으로 그에게 의지한다. 리처드에 대한 사랑과 그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은 태미의 생존능력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남겨놓은 식량이 모두 떨어지고 태미마저 희망을 포기한 그 순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두 사람의 처절한 생존기는 장대한 바다를 통해 더욱 두드러진다. 망망대해를 기약없이 떠돌면서도 서로를 보듬고 사랑을 키워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결말에 이르면서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드리프트가 허리케인 등 바다의 강렬한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다면, 이언 매큐언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체실 비치에서’는 폭풍이 오기 전 고요한 바다의 이미지에 두 남녀의 사랑을 녹여냈다. 

작품은 신혼여행 온 플로렌스(시얼샤 로넌 분)와 에드워드(빌리 하울 분)가 경쾌한 재즈음악과 함께 체실 비치 해변을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두 사람은 긴장되는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 침실에 들어선다. 혼전순결을 유지해 모든 것이 서툰 두 사람은 마주보는 것조차 어색해 한다. 얼마간 정적이 흐른 후 에드워드는 용기를 내 적극적으로 다가서지만 플로렌스는 그를 밀쳐내며 뭔가 숨기는 듯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사실 두 사람은 신분의 차이 때문에 어울리지 않았다. 상류층 숙녀로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인 플로렌스와 달리 에드워드는 기차와 충돌해 머리를 크게 다친 어머니 때문에 엉망이 된 집안에서 자라야했다. 시한폭탄과도 같은 어머니 때문에 늘 관심에서 제외됐던 리처드는 역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자랑할 만한 곳이 없어 혼자서 시내로 나와 자축했을 정도다. 취기가 오른 그는 우연히 ‘핵무기 반대 모임’에 참석했다가 운명처럼 플로렌스를 만나게 된다.  

탐탁치 않아하는 가족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플로렌스는 에드워드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결혼 날짜가 다가오자 두려운 기색까지 내비치며 고민하게 된다. 말 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결국 첫날밤을 치르고 난 후 폭발하고 만다. 꽃길만 걸을 것 같던 두 사람의 앞길에 거친 파도가 몰아닥치고 극은 절정으로 향한다. 

작품은 두 사람의 첫날밤을 치르는 과정과 과거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진도가 나가려고 할 때마다 과거 이야기가 진행돼 2시간의 상영시간 동안 특별한 노출 없이도 묘한 성적 긴장감이 흐른다. 노골적인 묘사 없이 성(性)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하면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성찰을 이끌어 낸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즈와 클래식을 적절히 배치해 지루함을 배제하고 몰입도를 높인 점도 인상적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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