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세미나… “노쇠 예방하려면 운동보다 사회활동이 더 효과적”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세미나… “노쇠 예방하려면 운동보다 사회활동이 더 효과적”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9.07 13:51
  • 호수 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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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영주기자]

“문화활동, 봉사활동을 한 노인이 운동만 했던 노인에 비해 더 건강”

손가락 원으로 종아리 둘레 측정해 관리하면 유용… 구강 체크도 중요

카츠야 이이지마 일본 동경대 교수(앞줄 가운데)가 8월 28일 건국대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세미나에 참석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카츠야 이이지마 일본 동경대 교수(앞줄 가운데)가 8월 28일 건국대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세미나에 참석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운동하지 않고 문화활동과 봉사활동만 하는 노인이 다른 활동은 하지 않고 운동만 하는 노인보다 노쇠가 덜했다.”

카츠야 이이지마 동경대 교수는 지난 8월 28일 건국대학교 의생명연구원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주최로 열린 ‘장기요양과 치매 예방을 위한 노쇠 관리의 중요성’ 세미나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말했다. 

여기서 노쇠란 노화의 과정에서 질병, 영양 결핍, 운동 부족 등에 의해 근력이 약해지고 걸음걸이가 느려지며 기운이 없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노쇠하면 체력과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서 여러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나이가 들면 노쇠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이이지마 교수팀은 약 5만명의 건강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과 노쇠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노인 △문화활동을 하는 노인(특히 바둑) △봉사활동을 하는 노인으로 구분해 연구한 결과, 3가지 모두 참여하지 않는 노인이 모두 참여하는 노인에 비해 16.4배나 노쇠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운동은 하지만 문화활동과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들과 운동을 제외한 나머지 생활을 즐기는 노인들의 노쇠 비율은 약 3배 차이가 났다. 

이이지마 교수는 “운동만 하는 걸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아도 다른 문화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에 많이 참여하면 노쇠 위험이 많이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라면서 “문화활동과 봉사활동의 가장 큰 공통점은 ‘사람과의 연결고리 형성’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손으로 종아리 둘레 재서 노쇠 측정

이이지마 교수가 손가락 링 검사법을 4년간 실시한 결과, 종아리가 얇은 사람이 굵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3.2배 높았다.
이이지마 교수가 손가락 링 검사법을 4년간 실시한 결과, 종아리가 얇은 사람이 굵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3.2배 높았다.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2%(712만명)를 차지하면서 고령사회 진입을 확인했는데, 일본은 1994년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10년 초고령사회가 됐다. 

때문에 일본 정부를 비롯해 대학, 지자체, 민간기업 등에서 노인 의학, 노쇠 관리, 장기요양, 지역포괄시스템 등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이지마 교수는 일본 전역에서 노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노쇠를 쉽게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검사법과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손가락 링 검사법(Yubi-Wakka test)을 소개했다. 이 검사법은 양손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종아리를 감싸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다. 

검사법을 시행하면 △손가락 원보다 종아리가 큰 사람(손가락이 닿지 않음) △손가락 원에 종아리가 딱 맞는 사람 △손가락 원이 종아리보다 큰 사람(손과 종아리 사이에 공간이 생김)으로 나뉘게 된다. 

이이지마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종아리가 두꺼운 사람들이 식사량이 많고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했다. 구강검사 결과에서도 종아리가 두꺼운 사람들이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반면 손가락 원보다 종아리가 작은 사람들은 소식을 하고,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이지마 교수는 “4년 후를 비교했을 때, 종아리가 얇은 사람들이 종아리가 두꺼운 사람들에 비해 3.2배 사망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그는 “쉽게 말해 근육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검사법”이라며 “돈이 안 들면서 5초 이내에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퍼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6개 항목으로 구강 건강 확인

이이지마 교수는 구강 건강을 확인해 노쇠 정도를 예측하는 방법도 발표했다. 이이지마 교수팀은 65세 이상 노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구강 상태와 건강 상태를 연구했다. 

그 결과 △치아가 20개 미만으로 남았다 △씹는 능력(저작 기능)이 예전에 비해 조금이라도 떨어졌다 △‘타’ 발음을 1초에 6번 이상 할 수 없다 △혀로 입천장을 세게 누르는 게 힘이 든다 △딱딱한 음식을 보면 ‘씹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 스프, 차 등을 삼킬 때 사레가 자주 걸린다 등 6개 항목이 노인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이지마 교수는 “이 중 3개 이상의 항목에 해당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4년 후 사망률이 2배 정도 높았다”며 “구강 검사는 구강에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위기감을 전해주기 위해 만든 검사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원장원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장(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우리나라 노인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라며 “씹거나 삼키는 기능을 제대로 못 하면 노쇠 위험이 올라가고, 노쇠하면 여러 질병이나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구강 건강을 잘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원 단장은 “노쇠한 노인을 관리하지 않으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노쇠하면 치매가 발생한다는 연구도 많다”며 “고령사회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노쇠를 적극 예방하고 관리하려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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