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어르신도 한글 깨치고 백일장 도전
100세 어르신도 한글 깨치고 백일장 도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9.14 10:30
  • 호수 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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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의 달 9월 전국 곳곳서 백일장‧시화전 열려… 수만명 ‘표현의 기쁨’ 만끽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국가평생교육원 주최 시화전서 장현명 어르신 등 10명 최우수상

충남 논산 백일장엔 300개 경로당서 참여… 강경포구서 전시 예정

문해의 달 9월을 맞아 전국 곳곳서 한글을 깨우친 어르신을 위한 백일장과 시사회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논산시 어르신 백일장 그리기 부문에 참가한 최고령 윤정구(99) 어르신(왼쪽)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는 모습.
문해의 달 9월을 맞아 전국 곳곳서 한글을 깨우친 어르신을 위한 백일장과 시사회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논산시 어르신 백일장 그리기 부문에 참가한 최고령 윤정구(99) 어르신(왼쪽)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는 모습.

“내년에는 글씨 연습 더해서 시화에도 도전할 거야.”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 거주하는 윤정구 어르신은 내년 100세를 앞두고 최근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생애 처음 시에서 개최한 어르신 백일장에 도전해 그림 솜씨를 뽐낸 것이다. 그는 도화지에 색연필로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들판을 수수하게 그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윤 어르신은 “한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직접 지은 시까지 꼭 그림에 넣고 싶다”고 말했다. 

9월 문해의 달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문해 교육을 받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과 시화전이 열려 주목받고 있다. 

먼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9월 12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대한민국 문해의 달(9월) 선포식을 개최하며 ‘2018 대한민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이하 문해시화전) 시상식을 진행한다. 교육부는 비문해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잠재학습자의 의욕을 북돋기 위해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문해의 날(9월 8일)’이 포함된 9월을 문해의 달로 선포하고 각종 홍보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문해시화전이다. 지난 8월 한 달 간 전국 문해교육기관을 통해 공모를 진행했고 1만1832명의 문해학습자들이 시화를 출품, 문해교육을 통해 이겨낸 삶의 역경, 한글 공부의 즐거움, 꿈과 희망 등을 시화로 진솔하게 펼쳐냈다.

장현명 어르신의 시화 ‘투표’
           장현명 어르신의 시화 ‘투표’

감동적인 사연들 중 최우수상(교육부 장관상)의 영예는 심사위원회 심사와 국민투표를 거쳐 ‘투표’라는 시화를 통해 문해교육으로 만난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표현한 장현명(74, 충남 서천군청 문해교실) 어르신 등 10명에게 돌아갔다.

장 어르신은 노부부가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을 투표용지와 함께 색연필로 익살스럽게 그린 후 글을 읽게 된 기쁨을 서툴지만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시로 표현했다.

“선거 때만 되면 남편이 정해준 대로 번호만 보고 도장을 찍었다. 이번에도 번호를 정해주고 그 번호에 찍으라고 한다. 기표소에 들어가 믿을 만한 사람 이름 석자 또박또박 읽고 도장을 꾹 눌러 찍었다.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되니 잘 아는 사람 같아 참 좋다.”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솔직한 속내를 풀어낸 장 어르신의 시는 심사위원단과 일반인 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장 어르신은 “지난 선거 경험을 솔직하게 적은 것뿐인데 큰 상을 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상작은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인근 세종로에서 개최되는 특별전시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된 후 11월까지 전국 71개 지역에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문해교육은 국가가 미처 책임지지 못한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문해학습자의 배움을 응원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차원에서 문해 교육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어르신 백일장도 큰 관심을 받았다. 충남 논산시와 서산시, 경기 파주시 등서 진행됐는데 대표적으로 논산시의 경우 2400여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해 문해시화전 못지않은 참여율을 보였다.

논산시는 비문해 어르신들에게 읽고 쓰는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2016년부터 관내 경로당 대상 ‘마을로 찾아가는 어르신 한글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경로당 회원 5명이 한글교육을 원하면 강사를 파견하는데 전체 510개 경로당 중 현재 301개 경로당이 참여, 30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백일장엔 그리기 부문을 신설해 윤정구 어르신 등이 숨겨진 재능을 발휘했다.

지난 8월부터 9월 10일까지 공모를 진행했는데 글씨 쓰기 685명, 시화 468명, 수필 525명, 그리기 722명 등 4개 부문 골고루 응모해 어르신 백일장의 의미를 더했다. 출품된 작품은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심사과정을 거쳐 추석 연휴 직후 발표와 함께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장식 대한노인회 논산시지회장은 “한글이 서툰 경로당 회원들을 위한 논산시의 배려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비문해 어르신들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꾸준히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상작 중 시화와 그림은 오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강경포구와 젓갈시장 일대에서 진행되는 ‘강경젓갈축제 2018’ 행사장에 전시될 예정이고 수필 등은 문집으로 엮어 발간해 어르신들의 문해교육열을 드높일 예정이다.

논산시 관계자는 “어르신 백일장은 배움에 대한 어르신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면서 “문해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지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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