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은영 대한노인회 서울 강서구지회장 “경로당도 지회 운영도 투명하게… 작은 기부라도 기록해요”
제은영 대한노인회 서울 강서구지회장 “경로당도 지회 운영도 투명하게… 작은 기부라도 기록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9.14 11:04
  • 호수 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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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경로당 장부 정리 잘해 상 휩쓸어… 지회장 당선 비결이기도  

지회 사정 어려워 지회장 업무추진비를 경로당 회장 교통비로

“경로당에서 먼저 잘 한다는 소리가 나와야지….”

경로당 회장 경력만으로 지회장에 오른 제은영 대한노인회 서울 강서구지회장(79)에게 선거 압승의 배경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제 지회장은 염창경로당 총무를 6년간 지내고 총무를 겸해 8년간 회장을 지냈다. 제 지회장은 “제가 봉사했던 경로당에서부터 박수가 나와야지 그곳에서 뭐가 어쨌다는 식의 부정적인 소문이 돈다면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당선 직후 경로당을 찾아가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지회장 된지 7개월이 지났다. 

“한 마디로 힘들었다. 보시다시피 지회 사무실이 너무 비좁아 직원들이 운신할 수가 없다. 이 자리도 손님 모시는 자리가 아니라 임원 회의하는 곳이다. 월말에는 일자리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출석상황을 점검한다. 그때 앉을 자리가 없어 다들 서 계시고 난리가 아니다.”

지회 회관은 원래 동사무소 건물이었다. 연면적 200평 남짓 되는 2층 건물로 1층은 경로당과 지회 사무실로 쓰고 2층은 강당으로 사용한다. 

-구청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구청장도 도와주겠다고 흔쾌히 허락해주셨지만 아직 추진되는 게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또 다른 어려움은.

“직원들 처우 문제이다. 수년째 동결된 월급을 올려주어야 한다. 지회 운영 자금도 없다. 제가 있던 경로당보다 사정이 더 어렵다. 공약으로 지회장 업무추진비를 일체 받지 않고 총회 때 경로당 회장들 교통비로 드리겠다고 했다. 지금 적립 중이다.”

-경로당 사정은 어떤가.

“구립경로당은 구청 지원을 받아 그럭저럭 괜찮지만 민영경로당은 그렇지 못하다. 그나마 사립아파트는 사정이 낫지만 단독건물에 있는 경로당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최근에 방문한 경로당은 지하로 30여 계단을 내려가야 하고 환기도 되지 않더라. 건물은 못 짓더라도 환풍이라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제 지회장은 “임대주택 경로당은 회원 숫자는 많은 반면 회비를 내는 회원은 반밖에 되지 않아 어렵다. 이런 경로당에도 도움을 드려야하는데 그렇지 못해 상당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경로당 운영비는 어떤가.

“사립 경로당은 매달 32만원, 구립 경로당은 70만~80만원이다.”

-강서구지회 현황은.

“강서구 인구는 60만여명, 노인은 7만8000여명이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여명이며, 가양·등촌·화곡 등 20개 동에 210여개 경로당을 두었다.”

-강서구는 어떤 구인가.

“서울에서 유일한 향교가 있다. 양천향교 뒤 궁산에서 내려다보면 이 지역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강이 흘러들어오고 행주산성이 밥상처럼 들어앉아 있다. 겸재 정선도 일찍이 강서의 뛰어난 경치를 ‘양천팔경첩’ 같은 화폭에 담기도 했다. 옛날에는 경기도 김포군에 속했다. 과거 소금배가 들어오면 염창을 거쳐서 마포나루로 나갔듯이 지금도 서울의 관문(김포공항) 역할을 한다. 최근 마곡지구 개발로 인구도 늘고 경제사정도 좋아지고 있다.” 

제은영 지회장은 경남 거창 출신이다. 군 제대 후 서울 염창동에 적을 둔 이후 50여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전력에서 8년 근무하다 나와서 개인 사업을 했다. 염창경로당 회장 8년, 강서구지회 이사 4년을 지냈다. 

-어떤 사업들이었나.

“가구점을 오래했고, 국수공장도 운영했다. 염창에는 가발·피혁·전구 등 제조공장이 많았다. 가난했던 시절, 국수 소비가 엄청나 아침부터 국수 뽑는 기계가 쉴 틈이 없었다.”

-노인회와 인연은.

“65세 되기도 전부터 지인이 연일 저를 찾아와 경로당에 나오라고 했다. 이듬해 경로당에 발을 디딘 순간 모든 일이 저에게 맡겨졌다.”

-경로당 형편은 어땠는가.

“선배 어르신들이 십시일반으로 땅을 구입했고 다시 기금을 모아 건물을 지었다. 2층을 경로당으로, 1·3·4층은 세를 주었다. 구청 보조금까지 합쳐 매달 220만원의 수익금이 들어와 괜찮았다.”

제은영 강서구지회장이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 끝이 방광근 사무국장.
제은영 강서구지회장이 회관 앞에서 지회 부회장, 직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부터 방광근 사무국장, 제은영 지회장, 이상연 부회장. 

제 지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투명한 장부 정리였다. 단돈 10원까지 세밀하게 정리한 장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 달간 회원들이 보도록 공개했다. 제 지회장은 “그렇게 했더니 처음엔 지회에서 상을 주고, 그 다음엔 구청장이, 서울시장이 상을 주더라”고 말했다. 

제 지회장은 대부분의 경로당에서 찬조금 내역을 종이 한 장에 작은 글씨로 기입해 기부 당사자들이 확인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에 착안, 경로당 벽에 큰 글자로 기부자의 이름과 금액을 기록한 표를 걸어놓기도 했다.

-지회장 선거 당시 상대가 노인대학장이라 화제가 됐다. 당선 비결은.

“비결이라기보다…. 지회는 송년회를 크게 개최한다. 경로당 회장과 총무 등 500명 넘게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기념품도 전달한다. 그런데 작년 송별회 때는 이 비용조차 없어 빌렸다고 들었다. 거창한 공약들 보다는 지회의 어려운 사정부터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공약을 내세웠나.

“첫째 깨끗한 경로당을 만들고 노인회 위상을 높이겠다고 했다. 경로당을 일일이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부족한 부분을 가급적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방광근 사무국장은 “지회장님은 내세울 거 없다며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고 진솔하게 소견발표를 하셨다”고 거들었다.

-경로당 활성화 방안이라면.

“지회로선 경로당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경로당이 자체적으로 하고 지회는 도와주는 식이 돼야한다. 우선 경로당 월 회비 2만5000원을 반으로 줄였다. 부족한 만큼 구청에서 채워주기로 했다.”

-경로당 회장 경험에 비춰 본다면.

“경로당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 사정이 있어 당장은 참여를 못시키더라도 그들이 다시 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고 끼니때라면 반드시 식사대접을 한다. 손님이 오면 회원 누구나 회장, 총무부터 찾으면서 ‘누구 왔소’ 그런다. 그러지 말고 손님을 먼저 본 회원이 반갑게 인사하고 앉았던 의자를 내주면 그 손님은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

제 지회장은 “경로당에 사람 하나 잘못 들이면 경로당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사립 경로당은 사람 봐가면서 받아들이는데 일단 모두를 받아들인 후 그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회 운영 철학은.

“직원들에게도 얘기했다. 누가 와서 개별적으로 커피·점심값을 주면 고맙게 받되 전부 기록을 해놓으라고 했다. 뭐든 투명하게 하면 뒤에 가서 말이 없다. 제가 경로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투명성이다.”

제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노인 건강을 위해 지회는 치과·척추전문병원, 보청기회사 등과 자매결연을 맺는다”며 “치과의 경우 임플란트 보조 3개까지 해주고 먼 곳서 찾아오는 어르신들 교통비라도 지급하는 조건으로 협약하려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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