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줄탁동시 해 줄 어미도 없이
뿌리 내릴 한 삽의 흙도 없이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땅이어도
홀로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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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하나가 이제 막 몸을 만들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어떤 응원도 없이 온전히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흙 한 줌 없는 저곳에 뿌리를 내리려고 하고 있다. 어쩌나, 저 한 생이 어떻게 이 세상을 견디나. 홀로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생이 어디 비단 저 버섯 하나뿐일까. 사람의 일생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는 부모의 보호를 받고 걱정 없이 잘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축복이 아니라 짐이 되어 내버려지는 삶이 얼마나 많은가. 한 생이 마지못해 이어지고 결국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책임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세상 밖으로 비극이 전해질 때, 우리는 혀나 끌끌 차며 기억에서 그 사람을 지워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관심하게 버려둔 많은 생명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는 조그만 관심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가을이다. 버려지고 있는 생명에게로 따뜻한 시선을 조금이나마 보내주면 어떨까.
시‧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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