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8) 성 바실리 대성당, 실물 보는 순간 아름다움에 경탄이 절로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8) 성 바실리 대성당, 실물 보는 순간 아름다움에 경탄이 절로
  • 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09.21 10:54
  • 호수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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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문광수 여행가]

무장한 군인이 메웠던 붉은광장은 세계 각국서 온 관광객이 차지

채소가 과일보다 귀한 나라… 몇 안되는 한국식당에 가서야 먹어봐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위치한 성 바실리 대성당. 러시아 정교회 성당으로 1560년에 완공됐으며 총 12개의 탑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든다.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위치한 성 바실리 대성당. 러시아 정교회 성당으로 1560년에 완공됐으며 총 12개의 탑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든다.

모스크바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도시설계와 구획정리, 획기적인 집단 주거환경, 도로망과 차량흐름, 지하철 등이 대단히 훌륭하다. 왕권시대의 절대권력과 독재정치로 인한 백성들의 희생과 고통이 오늘날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남는 아이러니에 잠시 머뭇거리게 한다.

붉은광장은 러시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광장을 무장한 군인으로 가득 메워 사열하는 스탈린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붐비는 광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인류에게 자유와 평화는 이렇게 절실한 것이다. 

성 바실리 대성당 하나만으로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모을 만하다. 우리가 사진으로 많이 봐 왔는데도 실물을 보는 순간 느껴지는 아름다움에 경탄을 감출 수 없다. 그래서인지 성 바실리 대성당 주변을 온종일 맴도는 사람도 있다. 17세기말부터 ‘크라스나야(붉은,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려온 이 광장에는 크렘린궁과 레닌묘, 역사박물관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건축물과 굼 백화점이 있다. 

나는 이틀 동안 온종일 붉은광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명한 레닌 궁이나 바실리성당을 찍은 것이 아니다. 행복한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간직하기 위하여 사진을 찍는,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나는 사진에 담고 싶었다. 이들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나 모두 행복한 사연을 안고 있을 것이다. 아들이 보내준 해외여행이라며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딸아이가 사준 비행기 표도 있을 것이다. 미소 짓는 모습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희열을 느끼게 된다. 행복한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나도 행복해진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해지는 것이다. 오늘도 아침은 상쾌하고 태양은 우리를 위해서 비추고 있다. 

시베리아를 횡단해 오는 동안 채소를 거의 먹지 못했다. 과일보다 채소가 더 귀한 것 같다. 과일은 수입해서라도 팔지만 채소는 그러지도 못한다. 그래선지 남시베리아 사람들의 식단에는 채소가 없는 것 같다. 추운 날이 많고 일조량이 짧은 데다 농업기반이 보이지 않는다. 끝없이 넓은 들판에 왜 농사하지 않는지 연구해 볼 일이다. 

그리고 냉장유통 시스템이 없어서 신선한 생선이나 쇠고기,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곳이 없다. 특히 시골은 우리나라 1960년대를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도 60년대에는 여름철에 생선이나 축산물을 먹지 못 했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명절에 동네에서 소나 돼지를 잡아서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모스크바에는 한국 식당이 몇 개 있다. 식당 규모도 크고 메뉴도 다양하고 음식 맛도 좋았다. 그동안 먹지 못한 채소를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인간은 본능적 욕구를 절제할 수 있다. 그러나 여행자는 날이 갈수록 본능적, 동물적 욕구가 강해진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웅장하고 튼튼하고 예술적이다. 1935년에 건설돼 80년이 지났는데도 서울의 지하철보다 훨씬 깨끗하고 좋다. 특히 서울의 1호선 지하철과 비교하면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부끄럽다. 복잡하기는 서울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이 없다. 출퇴근 시간에는 90초 간격으로 다닌다. 연결 및 승·하차 시스템이 단순하다. 승차 시에는 검표하고 내릴 때는 검표 절차가 없다. 12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인구 1500만명에 시 면적이 서울의 1.7배이니 서울보다 노선이 많은 것은 아니다. 요금은 우리와 비슷한 것 같은데 1일 또는 3일용 티켓(1만 원 미만)을 사서 실컷 타고 다닐 수 있다. 

지하철 표를 구매하는 곳은 사람들 따라가며 눈치로 알 수 있다. 서울보다 복잡하지도 않고 특별히 분위기가 다르지도 않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 거리로 나가 보자. ​노선도가 우리와 비슷하게 색깔로 구분해서 차분히 살펴보면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호텔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차분하게 살펴보고 목적지를 정한 다음 호텔을 나서 보았다. 실수하지 않고 충분히 시내를 관광할 수 있었다.

치안도 소문처럼 러시아 마피아가 득실거리는 것은 아니다. 어디나 우범지역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붉은광장이나 유명 관광지역에는 경찰의 순찰이 계속되고 있어 안전하다. 빨간 선 지하철을 타고 아르바트 거리로 나가보자. 넓은 거리 가운데 있는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붉은광장 옆에 있는 굼 백화점을 한 번 들어가 보자. 규모가 크고 전 세계 명품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다니다보면 배가 고프다. 붉은광장에 유일한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한다. 샌드위치가 싫으면 조금 걸어 중국 식당에 가면 된다. 5000~6000원이면 따끈한 쇠고기 국물에 가락국수나 짬뽕 같은 면을 먹을 수 있다. 주저하지 말고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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