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제작진은 시대에 맞는 윤리의식 갖춰야
방송 제작진은 시대에 맞는 윤리의식 갖춰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9.21 10:55
  • 호수 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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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 중 여자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몰카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해당 방송은 두 유명 여자 연예인이 외국에서 포장마차를 열어 현지 사람들에게 한국의 길거리 음식과 포차 특유의 분위기를 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일간 해외에서 체류를 해야 했고 최근 예능 프로의 특성상 숙소에서의 일거수일투족도 담아내는 형식이었는데 이게 문제였다. 두 연예인이 묵는 방에 설치한 거치 카메라를 담당하는 외주 장비 업체 직원 중 한 명이 임의로 촬영장에 몰래카메라를 반입했던 것이다. 다행히 출연자 중 한 명이 이를 발견했고 불미스런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가해자는 즉시 귀국 후 경찰에 자진 출두해 범행 일체를 자백했지만 실형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관찰 예능은 TMI(과도한 정보, Too much information)로 가득했다. 출연자들의 다양한 면모를 담기 위해 여기저기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이해된다. 다만 침실이나 화장실에 설치된 거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보고 있으면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대중에게 자신을 노출해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사생활은 지켜줘야 하는데 집안 구석구석 카메라를 설치해 숨통을 조이는 것 같았다. 남자들이 여행을 하는 컨셉으로 큰 인기를 끈 한 프로그램에서는 단체로 목욕하는 모습을 촬영해 내보내기도 했다. 딱히 재미있지도 않은데 재미있는 것 마냥 요란한 자막을 넣어서 말이다. 촬영하는줄 모르고 한참을 씻다 뒤늦게 발견한 연예인의 당황한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씁쓸하기만 하다. 출연자도 시청자도 불편한데 제작진만 신나는 그런 상황이라고나 할까.

이와 비슷한 상황은 드라마에서도 종종 펼쳐진다. 최근엔 한 드라마의 목욕탕 장면이 남성 시청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극중 여주인공이 자신을 향한 음모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남자목욕탕을 거침없이 누비는 모습을 내보냈다. 이는 엄연히 성범죄다. 반대로 여초회사에서 망신 당한 남자직원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여직원들이 단체로 목욕 중인 탕에 들어가 항의하는 장면을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했다고 치자. 아마도 해당 방송사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를 것이다.   

방송 제작진은 시대에 걸맞는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 그것도 보통 이상으로 말이다. 지나친 제약이라 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사생활을 지켜줘야 한다. 이를 침해해 만든 장면도 별로 웃기지 않다. 우습기만 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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