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기리울경로당 등 방과후엔 아이돌봄공간으로 변신
서울 강동구 기리울경로당 등 방과후엔 아이돌봄공간으로 변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9.21 13:53
  • 호수 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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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강동구 기리울경로당 오후 4시부터 아동 놀이공간으로 활용

광주 북구 제일풍경채경로당에선 어르신들이 맞벌이 가정 아이 돌봐

최근 맞벌이 부부 증가로 아이 돌봄의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경로당과 노인일자리를 활용, 이를 해결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성동구의 ‘방과 후 돌봄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
최근 맞벌이 부부 증가로 아이 돌봄의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경로당과 노인일자리를 활용, 이를 해결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성동구의 ‘방과 후 돌봄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

“다치지 말고 즐겁게 놀다가렴.”

지난 9월 17일 서울 강동구 기리울경로당 김매실 회장은 경로당 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후 4시면 아무도 없는 경로당이지만 이곳은 달랐다. 회원들이 모두 집으로 나선 오후에는 아동·청소년의 놀이방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강동구가 지난해 경로당을 리모델링해 처음 연 ‘꿈미소’가 1‧3세대 소통 공간이자 아동 돌봄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매실 회장은 “같이 한궁도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아이 돌봄 문제를 해결하긴 위해 경로당과 노인일자리를 활용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방과 후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경로당을 활용하거나 방과 후 교사로 노인들이 활동하며 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나선 것이다. 

먼저 서울 강동구는 지난해 기리울경로당을 1호 꿈미소로 개소한데 이어 9월 8일 암사1동 구립 강암경로당과 천호2동 구립 천호2경로당 등 2곳을 추가로 문을 열며 경로당을 활용한 아이 돌봄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꿈미소는 낮에는 경로당으로, 어르신들이 귀가한 오후 4시~10시에는 아동청소년 전용공간으로 이용된다. 옛날 동네 정미소에서 쌀을 얻듯 이곳에서 ‘꿈’과 ‘미소’를 얻어 가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름 붙였다. 강동구는 맞벌이 가정 증가 등으로 인한 돌봄 수요 증가, 경제적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 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꿈미소 설치에 나서게 됐다.

학습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 아동시설과 달리,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이용 아동과 지역주민의 만족도가 높았고 2017년 ‘서울시 자치구 10대 행정우수사례’에 선정되는 등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강암경로당에 문을 연 꿈미소 2호는 어르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유휴공간이던 2층을 아이들 전용공간으로 꾸며 이용자 간 독립성을 높였다.

김병은 강동구지회장은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꾸준히 늘어나 맞벌이 부부의 걱정을 덜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육아 사각시간에 돌봐 호평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경로당도 있다. 광주광역시와 5개구는 지난해부터 경로당·작은도서관 등 20여곳에서 아이돌봄 서비스를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부터 아이 돌봄에 나선 북구 제일풍경채아파트 경로당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고 맞벌이 부부가 퇴근 직전인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육아 사각시간에 아이들을 돌봐주며 호평 받고 있다.

단지 내 613가구 중 70%가 맞벌이 부부인 이곳은 그간 육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육아 사각시간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주자회의에서 먼저 경로당에 아이 돌봄을 제안했고 경로당 측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물론 봉사와 희생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아파트입주자회는 광주 북구에서 여성친화마을 조성사업으로 지원 받은 500만원 등을 활용, 돌보미 어르신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돌보미 어르신들은 조부모처럼 간단한 보드게임을 함께 해주고 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이 귀가할 때까지 편안한 환경을 제공했다. 그 결과 하루에 10~20명의 아이들이 찾아올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송혜은(70) 어르신은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재미있다”면서 “친손자녀처럼 생각하고 정성껏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 성동구는 1‧3세대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과 후 돌봄교실’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방과 후 돌봄교실’은 노인일자리 참가자들이 직접 스토리를 수집하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방식으로 주 1~2회 진행된다. 지난 3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신청한 초등학교 돌봄 교실에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구수한 옛 이야기 들려줘

참여 어르신들 경로당 회원이거나 지역주민들로 문화원‧관공서‧도서관 등 관련기관의 협조를 받아 스토리를 수집하고 정한다. 수집한 내용으로 옛이야기 등을 들려주고 마술, 게임, 노래 등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참여 어르신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유익하고 재미있게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호응도가 높아 꾸준히 참여 학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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