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와 꽃무릇은 엄연히 다른 꽃
상사화와 꽃무릇은 엄연히 다른 꽃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8.09.21 13:59
  • 호수 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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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을 상사화로 혼동… 축제 이름 잘못 붙이기도

[백세시대=김순근기자]

상사화는 잎이 진뒤 꽃 펴… 꽃무릇은 꽃이 진뒤 잎 돋아

꽃무릇(위)과 상사화(아래)는 같은 수선화과지만 꽃이 확연하게 다르다. 둘다 잎과 꽃의 존재시기가 달라 넓은 의미의 ‘상사화류’라고 할수 있지만 꽃무릇을 상사화로 부르는 것은 잘못됐다.
꽃무릇(위)과 상사화(아래)는 같은 수선화과지만 꽃이 확연하게 다르다. 둘다 잎과 꽃의 존재시기가 달라 넓은 의미의 ‘상사화류’라고 할수 있지만 꽃무릇을 상사화로 부르는 것은 잘못됐다.

수선화과의 상사화(相思花)는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곧잘 비유된다. 봄에 돋아난 잎이 다 떨어진 뒤 7~8월 연분홍이나 주황색 꽃이 핀다. 그래서 잎이 있을 때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면 잎이 없어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한다고 해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처럼 잎과 꽃의 존재 시기가 어긋나는 것으로 꽃무릇이 있다. 봄에 잎이 나는 상사화와 달리 꽃무릇은 9월 추석 무렵 붉은 꽃이 먼저 피고 꽃이 떨어지면 잎이 돋아난다. 일명 석산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꽃무릇을 상사화로 잘못 아는 이들이 많다. 꽃무릇 또한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하는 상사화의 특징을 갖고 있는데다 관련 축제도 열려 대중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진짜 상사화를 상사화가 아니라고 우기는 해프닝도 생긴다.

꽃무릇을 상사화로 표기한 꽃 축제 이름도 이같은 혼동에 한몫 했다. 꽃무릇은 사찰 주변에 대규모로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전남 영광 불갑사, 전남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이 대표적이다. 꽃무릇의 붉은 꽃이 필때면 바닥에 불이 붙은 듯 색감이 화려하고 강렬하다. 이로인해 군락지마다 축제를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2000년 9월, 전남 함평군이 용천사 꽃무릇 축제를 시작해 올해로 19회째를 맞았다. 이보다 1년 늦게 축제를 개최한 영광군은 차별화를 위해 꽃무릇 대신 ‘상사화축제’를 내세웠다.

상사화, 꽃무릇은 모두 수선화과로 한 집안이지만 학명도 다르고 상사화, 꽃무릇으로 각자 이름도 갖고 있다. 꽃 생김새도 확연히 다르다. 꽃말도 상사화는 이룰 수 없는 사랑, 꽃무릇은 참사랑이다.

야생화 전문가들은 “두 꽃 모두 잎과 꽃이 서로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선 크게 ‘상사화종류’라고 부를순 있지만 꽃무릇을 상사화라 지칭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한다.

꽃무릇 축제를 하는 곳도 ‘상사화’라는 이름이 주는 홍보효과로 인해 꽃무릇이 상사화임을 은연중 내세워 혼란을 준다.

때문에 상사화나 꽃무릇 축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름을 뺏길 위기에 처한 진짜 상사화인 듯 하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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