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식
잠시 숨 고르는 사이
한 생이 다 가버렸네
사는 것이 죽는 것에 묶여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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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성하던 연꽃이 지고 어느 사이 가을. 계절이 바뀐 줄도 모르고 살다 문득 서늘한 옷자락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눈이 시리도록 푸르러서, 왈칵 서러웠던 적은 없는가.
서둘러 와버린 가을이 초록을 짓뭉개버리는 배경을 뒤로 하고 다 말라서 비틀어진 연꽃 대궁에 앉은 잠자리 한 마리. 어린 잠자리는 그만 거미줄에 날개가 묶여 날아가지 못하고 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기척도 없고 숨 막히는 긴장과 고요가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잠자리 날개 끝을 움켜쥐고 있는 한 가닥 거미줄이 내 시선을 더 잡아당긴다. 산 것이 죽은 것에 붙잡힌 것인지, 죽은 것이 산 것을 붙잡은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삶은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생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내 등 반 발짝 뒤에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가고 있다.
당신, 등 뒤로 조심하라.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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