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를 이해하고 신뢰하자
국민연금 제도를 이해하고 신뢰하자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10.05 11:25
  • 호수 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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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강제가입은 불가피

문제점은 계속 보완하면 돼

보험료만 내고 연금 못받는 일

절대 일어날 수 없어

정부가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연금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국민연금법 규정에 따라 금년에 제4차 재정계산을 실시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지난 8월 중순에 발표하였고 이 개선방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논란이 언론매체를 달구었다.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 방안으로 1889년에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한 사회보험 방식의 공적연금제도는 산업사회의 핵심적 노후소득보장 방안이 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이라는 이름의 사회보험 방식의 연금제도를 1988년에 도입하였고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의 82% 이상이 가입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강제가입이 원칙이고 보험료는 봉급의 9%로 피고용 근로자는 고용주와 절반씩(4.5%씩) 분담하고, 자영업자는 전부를 부담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연금 보험료는 우리나라 보다 평균 두 배 정도이고, 일본도 우리보다 거의 두 배 높은 17.83%이다.  

국민연금제도는 처음부터 덜 내고 더 받도록 설계되어 연금재정 고갈 시기가 빨리 오게 될 수밖에 없었다. 두 차례 개혁을 통해 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액이 가입자의 가입기간 전체의 월 평균소득을 대체하는 정도의 비율)을 70%에서 40%까지 낮추었고, 재정고갈 시기도 2060년대 초로 늦췄다. 그러나 이번 재정 계산 결과 재정고갈 시기가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어 정부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지난 8월 제시된 국민연금제도 개선의 두 가지 선택 안은 다음과 같다. (1) 40%까지 낮아진 소득대체율을 45%로 인상하고 필요하면 보험요율 9%에서 11%로 정도 즉각 인상하는 안, (2)  소득대체율 40%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2019년부터 10년간 보험요율을 13.5%까지 인상하는 안. 이 개선 안에 대해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 1600여개의 불만 섞인  청원이 쏟아졌다는데 주된 불만은 강제 가입 반대와 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대로 보인다.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의 노후 소득중단 위험에 대비하여 노후에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도록 가입자들 간에, 그리고 가입자 개인이 젊은 시절부터 퇴직 시까지 보험료를 분산하여 부담하게 하는 사회보험인 만큼 강제가입을 원칙으로 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가입은 국가 공동체 구성원의 의무라 할 수 있다. 강제가입이 없다면 가입하지 않거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국민전체의 노후 소득보장이 어려워지고, 더구나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닥칠 수 있는 노후 빈곤 문제까지 가입자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는 근로자의 경우 최저 1만3050원에서 최고 21만6100원이고, 자영업자의 경우는 두 배다. 40년을 가입해도 연금액은 최저 29만원에서 최고 141만3510원인데 실제 40년 가입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보다 더 적을 수 있다. 따라서 연금액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칠 수 있고, 여유 있는 생활을 보장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가입자가 연금제도를 잘 이해하고 약간의 불편이나 욕구를 참고 소비를 조정한다면 연금 보험료를 좀 더 올려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생활의 어려움이나 연금제도에 대한 불만으로 보험료 인상을 반대하거나 수급연령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대응이 못 된다.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보험료 또는 연금수급 연령을 인상하지 않고는 연금액을 인상하고 연금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묘안은 없다. 사실 국민연금만큼 투자 수익률이 높은 저축은 없다(평균 2배 정도).   

우리나라 보다 46년이나 앞서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보험료가 우리의 두 배인데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연금액이 월 10만엔(약 100만원 정도)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 50%이상이나 된다. 최근 몇 년간 일본의 연금 수급자들의 어려운 삶의 이야기가 여러 책들을 통해 우리사회에 알려졌다.  

‘2020 하류노인이 온다’라는 책에서는 생활보호대상자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럴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하류노인으로 규정하면 일본의 하류노인은 600만~700만 명 정도라 하였다. 이 수치는 일본 노인 인구(약 3560만명)의 17~20%에 해당된다. 현재대로면 오늘의 일본 하류노인의 모습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15~20년 후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나타날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선진국에도 공적연금제도의 문제점이 계속 노출되었지만 그때마다 제도를 개선하여 왔기 때문에 잘 유지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계속 문제점을 예상하고 개선방안을 찾고 선진국의 경험과 교훈도 잘 반영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보험료만 내고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일이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앞으로도 계속 노후소득보장의 주축이 될 공적연금 제도를 잘 이해하고 개혁방안에 국민 모두가 긍정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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