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배성호기자]
치매 관련 각종 정보 교류하고 원예교실 등 통해 스트레스도 줄여
치매안심센터, 가족들에 돌봄 교육 제공하는 ‘헤아림’ 프로그램 운영
“평생 온화하셨던 어머니가 요즘 들어 철없는 아이처럼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어요.”
지난 10월 1일 서울 동작구 치매가족카페 사랑방에서 김영선(가명‧57) 씨가 힘겹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백하자 10여명의 자조모임 참석자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한 참가자가 비슷한 경험을 풀어놓으며 자신이 극복한 방법을 설명하자 주변에서 너나할 것 없이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 김 씨는 “치매가족 자조모임에서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 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용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매가족교실 ‘헤아림’과 자조모임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을 줄여주고 돌봄에 필요한 효과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먼저 가족들에게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주는 ‘헤아림’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7~8회차 교육으로 진행된다. 치매환자 돌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양한 정보 제공을 통해 치매가족들이 서로 돕고,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터득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게 해준다.
대표적으로 경기 남양주풍양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8월 31일부터 오는 10월 29일까지 ‘헤아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크게 ‘치매 알기’, ‘돌보는 지혜’, ‘알짜 정보’ 등으로 구성된다.
치매 알기에서는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위험요인, 진단 및 치료와 관리 등 꼭 알아야할 정보를 소개한다. 서서히 치매가 되는 퇴행성 뇌질환(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과 갑자기 치매가 되는 비퇴행성 뇌질환(뇌졸중이나 뇌출혈 이후 치매, 두부외상 후 치매 등)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각각의 대응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돌보는 지혜에서는 치매 환자의 심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돌봄 방법을 향상 시키는 각종 정보를 소개한다. 교육에서는 치매환자를 대할 때 무의미한 잔소리, 외면, 윽박지름, 위협 등은 반드시 자제해야 하며 과잉보호 역시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논쟁을 하지 말고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도 피하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알짜 정보에서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치매가족휴가제 등 국가에서 제공하는 각종 제도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등을 소개해 환자와 가족이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다.
정태식 남양주풍양보건소장은 “치매환자 가족이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과 함께 고민을 나누며 희망과 용기를 얻고, 서로 지지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지원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치매안심센터에서 함께 병행하는 치매가족 자조모임은 가족들의 스트레스 경감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현재 전국 250여개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330여개가 운영되고 있는데 많게는 주 2~3회 적게는 월 1회 모여서 그간 겪었던 고민들을 이야기하고 대처 방법들을 공유하며 환자를 돌보느라 느꼈던 고통을 나눈다. 특히 센터에서는 원예치료‧웃음치료‧냅킨공예‧시설견학 등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가족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
동작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자조모임, 치매가족교실 등 치매로 함께 고통 받는 가족들을 지지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