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한글 창제 원리에서 탄생 과정까지 상세히 소개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한글 창제 원리에서 탄생 과정까지 상세히 소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0.05 13:34
  • 호수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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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천지인 형상화한 기하학적 외관 눈길… ‘한글이 걸어온 길’ 상설 전시

문해교육 어르신 등 위한 놀이 공간도… 연말까지 우리말 사전 특별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자리한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창제의 원리부터 탄생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각종 한글 자료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은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장 모습.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자리한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창제의 원리부터 탄생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각종 한글 자료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은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장 모습.

8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글자 중 유일하게 창제시기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문자, 단 24개의 문자로 1만개 이상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인 글자, 유네스코에서 소수민족의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을 권고한 문자. 우리나라가 낳은 최고의 발명품 ‘한글’ 이야기다. 세계 언어학자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이런 한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 문을 연 곳이 국립한글박물관이다. 탄생 과정과 역사, 원리 등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한글박물관은 비대칭의 기하학적인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한글 모음 창제의 철학적 배경인 하늘, 땅, 사람을 형상화했고, 출입구는 한국 전통 건축물의 추녀를 재해석해 한글의 미래를 상징한다.

한글에 관한 정보는 2층 상설전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창제 원리를 설명하고, 한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을 통해 소개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먼저 ‘계해년 겨울, 정음을 만드시니’란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것이 좋다. 영상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게 된 계기, 한글 창제에 대한 신하들의 반대, 한글 창제 과정과 ‘훈민정음’ 반포, 이후의 변화 등이 담아 한글 관련 역사를 짧은 시간에 알 수 있다.

전시의 1부인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에서는 한글이 없던 시대에 사용하던 이두, 향찰, 구결 등에 대한 설명, 한글의 창제 과정과 원리를 담은 전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에는 훈민정음해례본 사본이 전시돼 있고, 바로 옆 조그만 영상에는 해례본을 찾아 지킨 간송 전형필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한다. 

2부 ‘쉽게 익혀서 편히 쓰니’에서는 한글 창제 이후 불교와 유교 경전을 한글로 쓴 언해를 비롯해 사회, 교육, 문화,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한글이 퍼져 삶 속에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용비어천가와 월인석보, 정조가 직접 쓴 한글 편지첩, 금속제 한글 활자, 공병우 초기 타자기 등 진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3부 ‘세상에 널리 퍼져 나아가니’에서는 1894년 한글이 조선의 공식 문자로 선언된 이후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기 위한 선조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조선어학회에서 ‘조선말 큰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써놓은 원고와 1940년대 한글 보급을 위한 포스터, 1927년 조선어연구회에서 펴낸 한글 연구지도 볼 수 있다.

한글이 서툰 이들을 위한 공간도 눈에 띈다. 한글놀이터는 한글의 원리와 체계를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쉬운 한글’, ‘예쁜 한글’, ‘한글문예동산’, ‘고마운 한글’ 등으로 나뉜 놀이터에서 흥미로운 체험 기구를 통해 한글의 원리를 체험하고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볼 수 있다. 

또 화면에 마음속 생각을 적어 전자우편으로 보내고, 세상의 소리를 한글로 표현할 수 있다. ‘한글문예동산’에서는 허균이 지은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내용으로 커다란 동화 속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또 한글배움터에선 다양한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한글을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화면에 나타나는 모음과 자음을 옮겨 제시된 글자를 만들고, 우리나라의 문화를 한글로 적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박물관에선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전도 연중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12월 25일까지는 특별전시실에서 한글날 기념 ‘사전의 재발견’ 전이 진행된다. 사전이 시대와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간직했는지 살펴보고, 사전의 참된 가치와 미래상을 조망한다. 

전시는 140여년 간 출판된 우리말 사전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어 학습을 위해 19세기 말 외국인이 편찬한 대역사전 ‘노한사전’(露韓辭典), ‘한불자전’(韓佛字典)부터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한 첫 원고인 ‘말모이’, 최초 대사전인 한글학회 ‘큰사전’, 현대 국어사전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중 조선어학회가 1929년부터 1942년까지 작성한 원고 최종 수정본인 ‘조선말 큰사전 원고’를 눈여겨 볼만하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 증거물로 일본제국에 압수됐다가 광복 이후 1945년 9월 8일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발견됐다. 2만6500여장의 원고를 바탕으로 1947년 ‘조선말 큰사전 권1’, 1949년 ‘권2’가 간행했다. 1957년 총 6권으로 구성된 우리말사전인 ‘큰사전’ 편찬에 기틀도 마련했다.

또한 시대별 사전 낱말 뜻풀이가 시대와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인식 변화를 담았는지 살펴본다. 1920~30년대 ‘모던껄’, ‘모던뽀이’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는 1940년 출판된 '수정증보 조선어사전'에 처음으로 실려 정의됐다. 사회와 기술 변화에 따라 생긴 자동차, 텔레비전, 전기 등의 낱말과 지금은 사라진 옛말, 속담, 사투리, 북한어 등의 수록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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