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60대 이상 대출도서 분석…100세시대 ‘삶과 죽음’ 다룬 책 큰 관심
국립중앙도서관 60대 이상 대출도서 분석…100세시대 ‘삶과 죽음’ 다룬 책 큰 관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0.05 13:36
  • 호수 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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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김형석 교수가 쓴 ‘백년을 살아보니’ 가장 많이 빌려간 책으로 꼽혀

심리 다룬 ‘미움 받을 용기’ 상위권… 문학은 ‘정글만리’, ‘싸드’ 등 인기

국립중앙도서관에서 60대 이상 대출도서를 분석한 결과 삶과 인생을 다룬 책을 가장 많이 빌려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어르신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60대 이상 대출도서를 분석한 결과 삶과 인생을 다룬 책을 가장 많이 빌려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어르신들.

“다른 모든 것은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행복은 누구나 원한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2016년에 펴낸 ‘백년을 살아보니’의 첫 문장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행복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이 구절은 최근 3년간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층이 가장 많이 읽은 문장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도서관 정보나루’에서 최근 3년여(2015년 1월~2018년 8월)간 대출데이터 2억9000 건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이용자가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는 김형석 연세대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였다. 또 문학류를 제외한 상위 200권을 분석한 결과 ‘삶과 인생’(84권)에 관한 인문학 도서가 주를 이뤘고, 역사(77권), 취미(16권), 건강(13권), 경제·재테크(7권), 기타(3권) 순이었다. 

‘백년을 살아보니’는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김형석 교수가 백 년에 가까운 삶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비밀을 기록한 책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과제들,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관심까지 일상 속에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어려움을 판단,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책 속에 녹여냈다. 

특히 5부에서는 노년의 삶을 다뤄 고령층으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보통 65세부터 노년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하지만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를 60세에서 75세까지라고 칭한다.  ‘나도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고 인정한 김 교수는 자신과 함께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린 김태길 교수가 76세 때 ‘한국인의 가치관’에 출간하고, 안병욱 교수가 89세까지 일을 계속했다는 예를 들며 노력하는 사람은 75세까지 정신적,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2015년 발간돼 1년 가까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킨 ‘미움 받을 용기’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들러 심리학에 관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베스트셀러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의 공동 저서로 아들러의 심리학을 ‘대화체’로 쉽고 맛깔나게 정리하고 있다. 

아들러 심리학을 쉽게 기술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이 다섯 번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첫 번째 밤부터 다섯 번째 밤까지의 순서로 진행되는 동안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는 점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재미를 더한다. 특히 철학자의 주장에 이어지는 청년의 반박은 공감대를 한껏 불러일으킨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인’에 이름을 올린 아툴 가완디 하버드 의과대학·보건대학 교수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역시 웰다잉 바람을 타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대체 무엇을 위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의학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 지 묻고 있다. 특히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 치료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돌아보라고 말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의학의 한계를 털어놓는다.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조정래가 쓴 국제비지니스 전쟁

60대 이상 고령층이 가장 많이 대출한 문학 분야 도서는 조정래의 ‘정글만리’였다. 맨부커상 수상작인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사실과 허구를 조합한 팩션 소설의 대가 김진명의 ‘싸드’가 그 뒤를 이었다.   

2013년 발간돼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정글만리’는 40대 중반의 ‘전대광’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집어삼키며 세계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 벌어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 각국 비즈니스맨들의 생존 전쟁을 그리고 있다. 전방위적 자료 조사와 2년여에 걸친 현지답사로 다층적인 중국 경제의 실상과 수천 년 역사, 문화까지 생생하게 써내려갔다. 14억 인구에 14억 가지의 일이 일어나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숨 막힐 듯한 경제 전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와 미·중 갈등을 예측해 주목받은 ‘싸드’는 세계은행 연구원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리처드 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다룬다.  이를 쫓던 변호사 ‘최어민’은 리처드 김의 사망이 사드와 관련돼 있음을 깨닫는다. 채동욱,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김문수 등을 유명 정치인을 실명으로 등장시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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