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불황 속에서도 6070 창업자들은 늘어나
자영업 불황 속에서도 6070 창업자들은 늘어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0.05 13:51
  • 호수 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술‧노하우 갖춘 고령자들 창업전선에 나서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시니어기술창업센터 등 체계적 지원 등 업고 성공적 창업 사례 늘어 

별‧하트 모양의 구멍 뚫린 떡볶이 특허시술로 회사 세운 어르신도

최근 자영업 불황 속에서도 창업전선에 뛰어든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시에서 진행한 시니어창업스쿨에 참여한 4060 예비창업자들이 교육을 받는 모습.
최근 자영업 불황 속에서도 창업전선에 뛰어든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시에서 진행한 시니어창업스쿨에 참여한 4060 예비창업자들이 교육을 받는 모습.

평생을 주부로 살아오던 이소영(71) 어르신은 최근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학생들이 즐겨 찾는 인쇄 스티커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연 것이다. 100세 시대에 경제적으로 보다 여유 있게 살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지갑이 이전보다 두터워져 멋쟁이 할머니 노릇을 할 수 있게 돼 즐겁다”면서 “카드 단말기 사용부터 재고 관리까지 생소한 일을 접하니까 되레 건강해진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자영업 경기 불황 속에도 60대 이상 고령층의 창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대 이상 어르신들도 저마다 톡톡 튀는 창업 아이템을 내세워 시장에 뛰어들어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7년 기준 전국 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사업체 수는 402만 개로 1년 전보다 1.8%(7만개) 늘어난 반면 60세 이상이 대표자인 사업체 수는 87만5299개로 6.3%(5만1998개) 증가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내놓은 2017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자 연령 분포에서도 60대 이상이 17.5%로 20대(1.3%)와 30대(15%)보다 앞섰다.  

통계청 관계자는 “취업난 탓에 20대 창업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60대 이상의 경우 50대였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이후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많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니어 창업이 증가한 데에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지원도 한몫했다. ‘시니어기술창업센터’가 대표적이다. 창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만 40세 이상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경력과 전문성을 지닌 창업자들을 지원한다. 서울·경기를 포함한 전국 25개에 설치돼 있다. 

일반회원은 취·창업에 대한 상담, 창업교육, 세미나 등에 참석할 수 있고 네트워킹 프로그램, 사무 공간, 각종 시니어 경제활동에 관한 정보를 안내 받을 수 있다. ‘입주회원’이 된다면 일반회원이 받는 혜택과 더불어 창업을 구상할 수 있는 사무 공간, 업무 공간, 회의실 등을 지원받고 세무, 회계, 법률 전문가들이 멘토링도 해준다. 

이를 통해 창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성북구 시니어기술창업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후에 창업에 나선 여상철(56) 씨가 대표적이다. 꽃 관련 업종에 20년 이상 종사해온 그는 식물과 물고기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아큐팟을 개발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센터에 체계적인 도움을 받아 2015년 2월 기업을 설립해 올해 1월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3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매출 12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2400만원, 2017년 1억2000만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억원이며 10개국으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여 씨는 “기술이나 특허도 중요하지면 회사 경영에 필요한 지식 습득도 중요한데 센터에 입주해서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창업을 고려하는 시니어라면 꼭 센터를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년간 연구 끝에 따낸 특허를 발판 삼아 프랜차이즈화에 나선 시니어도 있다. 별과 하트 모양 떡 가운데 구멍을 뚫은 독특한 제품을 직접 개발한 문장식(70) 어르신은 최근 ‘별사랑 특허 떡국·떡볶이(주)’를 세워 회사 경영에 나섰다. 

방앗간을 운영했던 부모님 덕분에 평소 떡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오랜 연구 끝에 별 모양과 하트 모양에다 가운데 구멍을 뚫은 가래떡을 개발해 특허를 따냈다.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떡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옆으로 퍼져버려 별·하트 모양을 형성하지 못했고 유지도 잘 안 됐던 것이다. 

하지만 문 어르신은 포기하지 않고 7년간 6000만원을 투자해 자신만의 가래떡을 생산하게 된다. 떡볶이를 조리했을 때 가운데 구멍과 별 모양, 하트 모양의 요철에 양념이 골고루 스며들어 맛을 한 단계 높이고 가래떡의 퍽퍽한 식감도 개선해 호평 받고 있다. 

문 어르신은 “우리나라에도 70세에 창업해서 성공하는 기업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전국 3500여 읍면동에 보급될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