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권 대한노인회 전남 여수시지회장 “며느리들, 시어머니와 같은 경로당 불편…따로 만들어주길 원해”
최용권 대한노인회 전남 여수시지회장 “며느리들, 시어머니와 같은 경로당 불편…따로 만들어주길 원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10.12 14:01
  • 호수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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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전국노인게이트볼대회 성공적 개최, 식사도우미 해결 통해 화합 이끌어

45년 낡은 노인회관… 새마을회관 지은 경험 살려 5층 건물 지을 계획

최용권(76) 대한노인회 전남 여수시지회장은 2015년 지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두 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대통령기 전국노인게이트볼대회 유치와 식사도우미 해결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최 지회장은 두 가지 공약을 다 이루었다. 최 지회장은 “취임 초기 지회 사정이 무척 어려운데다 화합이 무엇보다 절실했다”며 “두 가지 사업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초, 전남 여수시 신월로에 위치한 지회 노인회관에서 만나 공약 실천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전국노인게이트볼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4월 12~13일, 이틀 동안 전국 지회 임원들과 64개 팀 선수 등 20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중앙회 임직원들을 비롯해 지회장들이 대회를 무사히 잘 치렀다고 격려해줬다. 이후 다른 행사장에서도 제 얼굴을 알아보곤 반갑게 대해준다.”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대회를 해보니 1억원(도비 3000만원, 시비 7000만원) 가지고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여수시장 등 내빈과 전국 시·군·구 지회장들이 참석하는 전야제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우리 경우 후원회의 도움이 컸다.”

-후원회 도움을 받았다고.

“지회 살림을 들여다봤더니 적립금은커녕 빚이 600만원이었다. 수중에 돈이 없으니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대전의 한 지회가 후원회를 만들어 지회 발전에 큰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저를 포함, 부회장들의 추천을 받아 후원회를 조직했다. 여수에서 호텔업을 크게 하는 젊은 사업가를 비롯해 20여명의 뜻 있는 분들이 노인들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후원회원들이 50만원도 내고 100만원도 내고 그런다. 후원회장은 지난해 노인서예휘호대회에 1700만원을 지원해주었고 올해도 1000만원을 내놓았다. 후원회 지원금은 지회 운영보다 노인행사에 사용한다. 올해는 휘호대회 말고 어르신어울림한마당축제(10월 12일)를 개최하려 한다.”

-앞으로 대회를 치르는 지회에 해주고 싶은 말은.

“우선 지자체와 손발이 잘 맞아야 하고, 다음은 지회 직원들의 의지가 강해야 한다. 물론 직원들과 함께 대회를 치렀던 지회를 직접 방문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역 특색을 살리는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우리는 기념품을 바다에 둘러싸인 여수의 특색에 맞게 돌산 갓김치, 수산물로 했다.”

-식사도우미 얘기는 무언가.

“경로당에서 여든 넘은 어르신들이 밥 짓고 식사하는 걸 본 순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로부터 예산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신 전체 경로당이 27만원 받는 노인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수의 밤바다를 보러 관광객이 몰린다.

“1998년 여수시, 여천군, 여천시 등 3려가 통합했다. 2011년 여수엑스포를 하면서 유명 관광지로 떠올랐다. 지난 3년간 1300여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주말에는 외지에서 해상케이블카와 여수 밤바다를 보러오는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한화에서 100평짜리 30층 아파트도 짓고 있다.”

여수시 인구는 29만여명이고 노인인구는 5만명에 근접했다. 여수시지회는 27개 분회, 520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2만2000여명이다. 

-많은 경로당을 어떻게 관리하나.

“분회를 통한다. 경로당 회장을 해보니 분회가 중요하단 걸 알겠더라. 분회와 여천산업단지의 기업들과 협약을 맺어 분회를 발전시킬 구상을 하고 있다. 읍·면·동에서 일하는 복지담당 공무원과도 협조체재가 잘 돼 있다. 200만원 상당의 경로당 수리·보수는 그들이 바로 해결해준다. 지회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행사 때 수상 대상자로 추천한다.”  

-경로당 현안이라면.

“고령화로 인한 문제들이 있다. 며느리가 노인이 되면 시어머니와 한 경로당에서 지내게 되는데 그 자리가 불편한 며느리들이 따로 경로당을 지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섬에도 경로당이 있을 텐데.

“여수는 365개 유·무인도를 갖고 있다. 섬의 경로당은 어려움이 있다. 산삼면(거문도)에는 11개 경로당이 있다. 쾌속정으로 2시간이나 걸리고, 기상 악화를 만나면 2,3일 섬에 묶인다. 프로그램 진행이 어렵다.”

-여수시는 노인회에 잘 해주는지.

“민선 7기 권오봉 여수시장이 추경예산을 확보해 마지막 60여개 경로당에 한궁 지원을 해줘 전체 경로당에 다 들어가게 됐다. 시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항꾸네 경로당’도 잘 되고 있다.”

최용권 전남 여수시지회장이 노인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 했다. 오른쪽 두번째가 공운상 사무국장
최용권 전남 여수시지회장이 노인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 했다. 오른쪽 두번째가 공운상 사무국장

여수시지회는 한궁이 노인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1년에 세 차례 대회를 개최한다. 지회장기노인친선한궁대회, 시민의 날 한궁대회, 경로주간 한궁대회 등이다. 

‘항꾸네’는 여수 토속어로 ‘함께’라는 의미다. 독거노인 8~10명이 한 경로당에서 취사와 식사를 하며 더불어 지낸다. 외지의 자식들로부터 호응이 좋다고 한다. 경로당에 연락하면 부모의 근황을 바로 알 수 있어서다.

최용권 지회장은 서울시청 공무원(1968년)으로 잠시 있다 고향 여수로 내려와 새마을운동 여수시지회장을 지내는 등 평생 새마을운동에 헌신했다. 2012년 화양면 소장경로당 회장을 맡으면서 노인사회 봉사에 몸담았다.

-새마을운동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은.

“매년 12월, 정부는 전국새마을운동지도자대회를 개최해 훈·포장을 수여했다. 16개 시·도에서 서너 단계의 대회를 거쳐 올라온 지도자들이 대통령 앞에서 성공사례를 발표했는데 제가 1983년 여성 지도자와 나란히 새마을훈장 협동장을 수상했다.”

-상금은.

“개인 상금은 없고 대신 마을에 주는 대통령 하사금(150만원)이 있었다. 당시 쌀 한가마니가 3000원 할 때였으니까 무척 큰돈이었다. 그 돈으로 피조개양식을 했지만 폐비닐 때문에 피조개가 모두 폐사해버렸다. 그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최용권 지회장은 “돌이켜보면 새마을운동이 농촌을 잘 살게 만들었고 국가 부흥의 원동력이었다”며 “새마을운동 경험이 노인회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새마을회관도 짓고 나왔다. 주위에서 그 경험을 살려 노인회관도 새로 마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연면적 405평 규모의 회관이 45년 됐다. 지회장실도 따로 없이 한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지낸다. 5층짜리 건물을 지어 4개 층은 임대주어 자립기반으로 삼으려 한다. 국회의원들과 여수시장에게 예산 지원을 부탁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최용권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경로당에서 90세 어르신이 자기가 어른이라며 어른 노릇을 하려고 해 제가 마주 앉아 ‘여기 있는 노인들 모두 가정에서는 가장이자 어른들이다. 비 들고 청소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어른 노릇만 하려들면 되겠느냐’고 조용히 말했다. 노인회 캐치 프레이즈가 ‘어른다운 노인으로’이다. 노인들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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