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0) 스칸디나비아반도
[은발의 라이더 문광수, 시베리아 넘다 ] (10) 스칸디나비아반도
  • 문광수 여행가
  • 승인 2018.10.12 14:10
  • 호수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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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는 캠핑 천국… 빼어난 경관에 감탄

현지 신문·잡지사에서 취재…‘유라시아 대륙 횡단’ 인터넷 기사로 떠

스웨덴 캠프장에 가니 은퇴자 마을에 온듯… 1947년 산 구형차 몰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캠프장 전경. 이곳 캠프장은 시설이 훌륭해 고급 가족공원 같은 느낌이 든다. 필자의 작은 텐트(가운데 군청색)로 많은 현지 캠핑족들이 찾아와 유라시아 대륙 횡단 오토바이 여행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캠프장 전경. 이곳 캠프장은 시설이 훌륭해 고급 가족공원 같은 느낌이 든다. 필자의 작은 텐트(가운데 군청색)로 많은 현지 캠핑족들이 찾아와 유라시아 대륙 횡단 오토바이 여행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 비까지 내려서 스산한 가을 날씨같이 시가지는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헬싱키는 한 나라의 수도라기에는 너무 작은, 조용한 지방 도시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거리가 깨끗하고 고전과 현대가 잘 조화를 이룬 세련된 도시다. 

헬싱키는 조용한 지방 소도시 느낌

7월 날씨로는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쌀쌀한 까닭에 따끈한 커피가 생각나서 중앙역 앞 상업중심지의 맥도날드 가게에 들어갔다. 아침을 겸해서 빵과 커피로 시작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부슬부슬 내린다. 여행 중 하도 비를 많이 맞아서 이제 비 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다. 뜨거운 커피는 나그네의 마음을 적시며 이제 본격 시작될 유럽 캠핑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구글에서 캠프장을 검색하니 수없이 많이 나온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강하게 쏟아진다. 캠프장을 찾아 시가지를 빠져나오다가 핀란드의 대학생 바이커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고 그가 캠프장으로 안내해 주었다.

유럽에서 만난 첫 캠프장은 조용한 호숫가 숲속에 잔디밭이 잘 가꾸어진 채 자리하고 있다. 호수와 숲, 잔디밭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경관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산책하는 사람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걷는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선 호수의 숫자가 무의미할 정도다. 국토 전체가 산림이고 18만개의 호수로 수놓아져 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핀란드를 섬의 나라라고 부른다. 국가경제에서 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수준으로 높다. 숲의 수종은 대부분이 소나무와 가문비나무다. 

핀란드는 인구가 550만 명밖에 되지 않은 작은 나라로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무기력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1인당 GDP는 2014년 기준 4만9914 달러이고 연구개발(R&D) 투자가 독일, 일본 다음으로 세계 3위이다. 국가 투명도는 세계 1위, 인터넷사용도 세계 1위이다. 

캠프장이 위치한 공원에는 호수와 울창한 숲과 잔디밭, 공연장, 무도장, 어린이 놀이터 등이 있다. 캠프장은 넓은 잔디밭에 텐트 두 개가 전부다. 샤워장은 24시간 뜨거운 물과 주방 전열기, 접시 등이 제공된다. 낮에는 주민들이 가족들과 식사나 산책을 하며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귀가한다. 저녁엔 아무도 없어 마치 캠프장의 주인이 된 것 같았다. 

다음날 현지 신문사 기자와 잡지사 편집인이 찾아와서 유라시아 오토바이 횡단에 관해 인터뷰했다. 캠프장을 안내한 대학생이 신문사에 정보를 준 것이다. 사진이 인터넷 기사로 실리면서 유럽여행 중 여러 캠프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었다. 

핀란드의 대표문화가 사우나 문화다. 사우나가 250만 개나 있다고 하니 인구 2명당 하나 꼴이다. 숲속에서 사우나를 하고 호수로 들어가 수영하는 것이 생활이 돼 있다. 숲속에서 토속적인 사우나를 해보고 싶었으나 매일 이동하는 여행자라 경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핀란드의 헬싱키와 스웨덴의 스톡홀름 사이는 ‘바이킹 라인’과 ‘실야 라인’이라는 두 종류 페리 여객선이 운항되고 있다. 소요시간은 15시간 정도다. 

스톡홀름은 북구의 베네치아라 할 만큼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상업적 항구도시로서의 역할이 크다. 페리에서 오토바이를 내려 밖으로 나오자 소나기가 쏟아져 여행자를 당황케 했다. 캠프지를 물색할 여유가 없다. 급한 나머지 가까운 중앙역 옆에 있는 쉐라톤호텔로 들어갔다. 

스톡홀름 시청사는 눈에 확 띄는 건물

스웨덴은 입헌군주제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왕국으로 인구는 1000만 명에 조금 못 미친다. 1인당 국민소득은 4만5895달러(2014년)로 잘 산다. 6.25 때 의료지원 참전국이기도 하다. 

처음 온 도시의 여행 정보를 얻는 데는 한국 식당을 찾는 것이 요긴하다. 호텔에서 한국 식당 위치를 확보하고 우산을 들고 찾아 나섰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식당 4개가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는데, 하필이면 4곳이 모두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중앙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시청광장은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사는 권위가 있어 보이는 건물로 눈에 확 띈다. 오토바이가 이런 낯선 도시에서는 불편하다. 빨리 도심을 벗어나야 한다. 

다음날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스톡홀름 외곽의 캠프장으로 옮겼다. 이곳 캠프장은 시설이 좋은 고급 가족공원이다. 한 캬라반(캠핑용 트레일러) 옆에 페라리 스포츠카가 시선을 끈다. 은퇴한 노인들의 마을 같다. 주차장에서 만난 노인의 차는 1947년산 올드카였다.

캠프장에서 필자의 조그마한 텐트가 가장 초라하지만 인기는 최고였다. 모두 기웃거리며 말을 걸고, 서울에서 오토바이로 왔다는 말을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최고라고 엄지를 세우며 야단이다.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오슬로 가는 길을 탐색하고 노르웨이의 산악코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서울을 떠나온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글․사진=문광수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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