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가족
[디카시 산책]가족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10.12 14:17
  • 호수 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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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따뜻한 밥을 앞에 놓고 함께 먹을 때

밥 한 그릇이 

온 집을 다 데우고도 남았다

**

요즘은 보기 드문 광경이지만 이십 년 전만 해도 농촌 어느 집이나 사람이 북적거렸고, 집집마다 마당에는 닭을 놓아 길렀다. 그래서 저런 풍경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으나 요즘은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귀한 풍경이 되었다.

울타리 아래 수탉과 암탉이 병아리를 데리고 한가롭게 먹이를 먹고 있다.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음식 부스러기지만 이 가족에게는 성찬일 것이다. 먹을 것이 많은 곳에는 당연히 병아리들이 다 차지했고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쪽이 수탉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아버지들은 가족이 우선이고 먹이고 입히는 짐을 책임져야 하는 건 같은 모양이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신(부생모육지은父生母育之恩)’ 것을 우리는 늘 잊고 산다. 제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속 썩이는 자식에게 부모가 할 수 있는 말은 푸념 섞인 한 마디뿐이다. ‘딱, 너 닮은 자식 낳아봐라’

후회는 늘 한 발 늦고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뼈에 사무친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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