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노태우 前대통령 ①
[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노태우 前대통령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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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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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다소 불안정, 큰 불편 없이 건강 상태 양호

본지는 우리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대개 장수하는 데 주목하여 은퇴한 노인으로서 겪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세월의 무상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공과 과가 있겠으나 어차피 전직 대통령들은 우리 역사입니다.
본지는 정치적 평가나 정파적 편향성을 지양하고 전직들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선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간적인 관심사와 삶의 즐거움, 건강생활, 원로로서의 자리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지는 나라와 민족에게 불의한 일이나 좋지 않은 역사에 대한 평가와 의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획시리즈로 미뤄두고, 기왕의 기획시리즈를 계속하며 ①이승만 ②윤보선 ③박정희 ④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로 노태우 전 대통령 편을 4회 연속 게재합니다. 백세시대 독자 여러분의 ‘건강 노년·문화 노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획 취재팀〉



성공한 사람들의 가정환경은 대개 화목하다. 가족의 따뜻한 사랑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대개 크게 성공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도 그런 조건에 들어간다. 다만, 7살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나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로 인정이 잘 안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조부와 홀어머니의 각별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 가정환경 면에서 여느 성공한 사람들 못지않은 조건을 구비했다고 할 수 있다. 가정환경은 훌륭한 업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창조적인 능력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평생의 정신과 육체의 건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때의 정서적 소양이 일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 전기에 보면, “6년을 개근했으며, 근면 성실하고 성적이 우수하여 공산 초등학교의 귀감이 되는 모범생이었다. 선생님들도 그에게 희망과 큰 기대를 가졌다”고 할 정도로 모범생이었다. 소년 시절에 문학에 대해 흥미도 많았고, 20리길을 걸어 다닐 정도로 체력도 좋고 운동도 재능이 있는 똑똑한 학생이었다.

 

 노태우 대통령 관련 자료들을 보면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어른들이 좋아하기 알맞은 스타일의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품행이 방정하다’는 말 그대로 모범생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집에 있는 가족은 부부뿐

흔히 교과서나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들에게 착하고 반듯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면서도 노태우 대통령처럼 어른들로부터 귀염을 받고 친구들에게도 인정받는 스타일의 인사가 무리의 우두머리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 같지 않은 것은 왜일까.

 

그런 점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은 참고, 용서하고, 기다린다는 ‘참, 용, 기’는 절묘하다 싶다. 험란한 세상에서는 너무 착한 것도 흠결이 되기 때문에 참고, 용서하고, 때를 기다림으로써 극복한 것 같다는 얘기다.


곧 6월 29일이 된다. 때가 때인지라 노태우 대통령의 최근 건강과 근황이 궁금하여 안부를 물어보았다. 본지에 보낸 서면 답변에 따르면, “요즘 주된 일과는 찾아오는 인사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6공화국에 기여했던 분들이나 현직에 있는 분들이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갑니다.

 

 또 교수, 언론인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과도 대화를 나누지만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 편입니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기회가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요즘 집에 있는 가족이라곤 아내 뿐입니다. 딸은 출가외인이 되어 있고, 아들은 홍콩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느라 손자들 얼굴 보기도 쉽지 않게 됐습니다.”

 

천수를 다한 홀어머니를 평생 모시고 살면서 가족 사랑을 실천해온 노 대통령이기에 부부만 남은 집안의 풍경이 짐작이 된다. 지인들이나 측근들이 가족을 대신할 수는 없을 터이다. 하지만 예술, 운동, 독서 등 젊어서부터 다재다능하여 자녀들이 없는 빈 자리를 느끼지 않을 만큼 정서적으로 몰두할 취미와 여가활동들이 풍부할 것 같다.


노태우 대통령의 가정생활도 교과서처럼 모범적인 느낌이 든다. “아내와는 육사생도시절에 만나 연애 끝에 결혼해서인지 50년 이상 변함없이 서로를 아끼고 있습니다. 딸과 아들도 반듯하게 자라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는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축하하는 뜻과 좌우명으로 ‘애화성가(愛和成家)’란 글을 써주기도 합니다. 내가 일생동안 이 좌우명을 착실히 지켜 실천해왔으며 이것이 사회적으로 이바지하는 데도 기본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범적인 의식이 퇴임 후에도 노태우 대통령이 건강한 비결이 아닌가 싶다.


요즘 건강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내, 김옥숙 여사와 함께 건강하게 지내는 일면을 보여준다. “혈압이 불안정해서 혈압 관련 약을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큰 불편이 없이 잘 지냅니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100미터 달리기를 11초에 주파하는 육상선수 수준의 달리기 솜씨를 비롯하여 운동이라면 못하는 운동이 없을 만큼 재능이 있던 노 대통령이라서 역시 운동을 꾸준히 한 데 건강 비결이 있는 듯하다.

 

 “운동은 집에서는 기구를 이용한 체력단련을 하고, 1주일에 2~3번은 테니스나 골프를 합니다.” 테니스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즐긴다고 한다. “아내 역시 칠순을 넘겼는데도 건강이 좋아 테니스를 자주 합니다.”


1987년 대통령선거 캐치프레이즈로 제시한 ‘보통 사람’은 오늘날에도 노태우대통령에게 적용될까. 전직 대통령으로서 누리는 혜택이야 있겠지만,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면 그 나이의 보통 노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 6시에 일어나고 저녁 10시경에 잠이 든다. 오래전부터 몸에 밴 습관으로 나이들어서도 변함이 없이 지킨다고 한다. 군대에서도 10시 취침과 6시 기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오랜 군생활 습관인 듯도 하다. 하지만 대개의 노년세대가 일찍 자고 새벽잠이 없으니 딱히 군인습관이다 아니다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12살 때 5원을 벌어 책과 머리빗 사

운동하고 사람만나고 남는 시간에는 독서를 한다. 책 읽는 것은 소년시절 동화같은 추억도 있다. 문학에 흥미가 많았으나 산골짜기 노태우 소년의 집에는 읽을만한 책이 없었다.

 

소설이나 시집을 사서 읽으려고 했으나, 전통 양반문화를 고수하는 조부가 그런 책을 사는 것을 원치 않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고 한다. 조부로부터 용돈을 타서 책을 산다는 것은 바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방과 후 시간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책을 사서 읽었다는 이야기다. 노태우대통령 전기에 의하면 “12세의 5학년 학생 태우는 그곳에 가서 일을 하려고 생각했다. 벌목장 감독은 그를 보고 웃으면서 말하길, ‘네가 일을 해보겠다고 ’ 이곳은 어린이들이 노는 곳이 아니야. 다른 곳으로 가봐!”라고 했다고 한다.

 

그랬음에도 거기서 일을 하여 지폐로 5원을 품값으로 받았다. 그 돈으로 이튿날 대구에 나가 당시 유명한 작가 기쿠치간(菊池寬)의 소설집과 미야모토겐치(宮本賢治)의 동화집을 샀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얼레빗과 참빗을 사서 어머니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어머니를 위한 노태우 소년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문동휘 비서실장에 따르면 그 어머니는 노태우 소년에게 따뜻한 밥을 먹게 하려고 정성을 다했다고 전하기도 한다. 어머니와 관련한 풍문 중에 재미있는 얘기 하나.

 

1987년 대통령 선거 때 아들을 위해 십 원짜리 동전 다보탑 부조에 부처님 모습을 넣도록 했다는 풍문이 그것이다. 조폐공사에 그런 주문을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독실한 불교신자로 아들을 위한 정성이 그렇게 지극정성이었다는 얘기다. 섭생보다도 어머니의 그런 사랑을 먹고 자라는 것이 몸에 좋은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면노태우 대통령의 식성은 어떨까. “음식도 골고루 잘 먹습니다.”노태우 대통령은 서면 답변에서 이렇게 간단히 말했다. 측근인 문동휘 비서실장에 따르면 육식보다는 채식을 주로 한다고 한다.

 

불교 신자이기도 하지만, 집에 스님 손님들이 간간히 방문하는 것도 영향이 있는 듯하다. 그 외 비빔밥이나 된장찌개도 즐긴다. 메밀국수도 좋아하며, 가끔 스님들이 와서 식사할 때도 있는데, 특별히 준비하지 않고 있는 대로 차려도 스님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식사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일상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즐거움, 카타르시스는 어떨까. 이에 대해 노태우 대통령은 손자들 얼굴 볼 때가 요즘에는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한다. 그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나 역시 늙은이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아무래도 건강과 관련하여 혈압이 잘 잡히지 않는 것. 혈압은 평생 관리하며 안고 살아가는 선진국형 질환으로 전직 대통령이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 보다.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사실과 다른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올 때라고 한다. 그러한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까. 술로 푸는 것 같지는 않다.

 

주량은 맥주 두 잔 정도. 반주도 그렇게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니라고 한다. 군 시절에는 자리에 따라 마시기도 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증언에 따르면 술에 취해 실수한 적이 없던 사람이 노태우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서적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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