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마취, 이것이 궁금하다
수술 전 마취, 이것이 궁금하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10.12 14:56
  • 호수 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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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취한다고 머리 나빠지진 않아”

[백세시대=이영주기자]

마취제로 인한 두뇌 손상 증거 없어… 마취 중 깨어나는 일 드물어

마취 후 혼란 증상, 대부분 곧 회복… 음식물 역류 막기 위해 금식

‘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등의 오해는 마취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한다. 하지만, 마취는 안전한 시술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등의 오해는 마취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한다. 하지만, 마취는 안전한 시술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술에서 마취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정 중 하나다. 현대의학에서 수술 전 마취는 필수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마취 후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취가 안전한 시술로, 마취를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 ‘전신마취 중에 깨어날 수 있다’ 등은 잘못 알려진 오해들이라고 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수술 전 마음의 안정을 방해하는 마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전신마취에 대한 오해

마취란 수술을 하기 위해 몸의 의식, 감각, 운동을 차단하고 반사행동(자극에 대해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행동)이 없는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을 말한다. 

크게 전신마취와 부분마취로 나뉜다. 전신마취는 의식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를 잠들게 해 수술 중 깨어나는 각성을 막고, 근육을 이완시켜 수술 중 통증 자극에 대한 반사를 없애는 마취법이다. 전신마취와 달리 환자의 의식이 유지되는 부분마취는 하반신, 팔, 다리 등 신체의 일부를 일정시간 동안 마취하는 것이다.

전신마취를 앞둔 환자 중 일부는 수술 도중 깨어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한다. 그러나 수술 중 깨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김준현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전신마취 환자의 0.2~0.4%에서 드물게 마취 중 각성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심장 수술과 같이 환자의 상태가 매우 위중하거나, 분만을 위한 마취와 같이 깊은 마취를 하기 힘든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생긴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마취과 전문의가 환자의 의식 상태까지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충분한 깊이의 진정이 유지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해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가 이뤄져 수술 중 각성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전신마취 후 깨어나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과거에는 이러한 사고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마취약제가 개발돼 있고, 수많은 장비들을 동원해 마취 중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마취제만으로 생명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전신마취를 받으면 건망증이 심해지고 머리가 나빠진다’는 인식도 흔하다. 이 또한 오해다. 마취제는 대부분 마취종료 후 곧바로 배출, 대사되므로 뇌세포의 기능은 금방 원래 상태로 회복된다. 

김 교수는 “사람에서 마취제로 인해 장기적이고 불가역적인 두뇌 손상이 일어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고령 환자의 경우, 마취나 수술 후 스트레스 등 다른 원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혼란해하는 섬망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곧 회복된다”고 말했다.

◇척추 마취에 대한 오해

부분마취에는 척추마취와 경막외마취 등이 있다. 척추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막을 ‘경막’이라고 하는데, 이 막을 뚫고 약제를 주입하는 마취 방법을 ‘척추마취’라 하고, 바깥쪽에 주입하는 방법을 ‘경막외마취’라고 한다. 

척추마취를 앞둔 환자들의 상당수는 허리가 아플까 봐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척추마취 후 생기는 허리 통증은 척추마취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에 척추 주위 근육의 이완으로 인한 자세 불안정과 병원의 침대 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 그리고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통을 척추 마취 때문일 것이라 오해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마취 전 금식하는 이유는

전신마취는 말 그대로 신체 반사가 모두 소실되는 상태다. 이 경우 이물질이 기도로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반사 또한 소실된다. 만약 위에 음식물이 남아있으면, 마취 시 위의 내용물이 역류해 기도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보통 6~8시간의 금식을 유지한다. 

부분마취나 수면마취가 계획된 경우에도 마취 전 금식을 한다. 이는 마취제 부작용 등에 의한 전신마취로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여기서 수면마취란 수면제나 진정제를 투여해 잠들게 함으로써 환자의 불안감을 없애고 움직임을 최소화해 통증을 감소시키는 마취법으로, 흔히 내시경 검사 등에 시행된다. 수면마취는 전신마취와 같이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아니어서, 가벼운 자극에 반응하는 운동능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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