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배성호기자]
사물이름 맞추기, 구슬퍼즐 등 기억력 대결 흥미진진
팔씨름서 활약 펼친 여성 어르신 “집안일 내공의 힘”
“지명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구로구에는 현명하고 몸도 건강해서 장수하신 어르신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그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오늘 마음껏 기량을 뽐내시기 바랍니다.”
지난 10월 7일, 서울 구로구 고척근린공원 야외무대에 오른 전영수 대한노인회 구로구지회장의 축사가 끝나자 조용했던 공원에 활력이 넘쳐났다. 구로구 각 동을 대표한 어르신들이 몸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대회 개막을 알리는 축포가 터졌고 마치 20대로 돌아간 듯한 어르신들의 함성이 공원을 가득 메웠다.
서울 구로구가 어르신들의 건강미를 발산하는 이색 대회를 열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로 G페스티벌 2018’의 하나로 진행된 제5회 ‘구로 건강노익장’이 성황리에 열린 것이다. 당초 10월 5일로 예정됐던 대회는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이틀 연기됐음에도 불구하고 5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구로 건강노익장’ 대회는 ‘나이 많은 아홉 명의 어르신이 장수했다’라는 구로(九老)구 지명의 의미를 살려 관내 어르신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체육활동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어르신 축제다. 이번 대회는 관내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개인 2부문, 단체 3부문, 재능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개인부문은 건강 치아 개수, 치주 건강 상태 등을 보는 ‘건치노익장’과 제한된 시간 내에 사물 이름 말하기, 구슬퍼즐 맞추기, 단어목록 기억, 길 만들기 등을 겨루는 ‘기억력 노익장’으로 나눠 박진감 있게 진행됐다. 특히 30여명의 어르신들이 경쟁을 펼친 기억력 노익장은 구기종목 못지않은 긴장감을 보여줬다. 대기석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어르신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경기석으로 이동해 사물 이름 말하기부터 길 만들기까지 순서대로 진행했다. 그 결과 4개 분야 합산 최고 득점을 기록한 고척2동의 이명숙 어르신이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명숙 어르신은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내년에도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별 1팀씩 총 15개 팀이 출전해 혼성전으로 치러진 훌라후프, 팔씨름, 다트 등 단체전은 이날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여성 어르신 2명, 남성 어르신 1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맞대결을 펼쳐 가장 오랫동안 돌린 사람이 있는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된 훌라후프는 예상 외로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선수들은 각자 두 개의 훌라후프를 돌려야 했는데 이것이 생소했던 남성 어르신들이 애를 먹으면서 일명 ‘몸개그’를 선보인 것이다. 결국 마치 하나의 훌라후프를 돌리는 듯 능숙한 솜씨를 보여준 최흥옥 어르신의 개봉3동팀이 우승(최우수상)을 차지했다.
훌라후프가 큰 재미를 줬다면 팔씨름에선 어르신들의 박력을 엿볼 수 있었다. 훌라후프와 반대로 남성 어르신 2명, 여성 어르신 1명으로 구성된 팀이 맞대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준 최은자 어르신이 버틴 구로2동이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최은자 어르신은 “수십년간 집안일을 통해 쌓은 내공을 여기에서 발휘할 줄 몰랐다”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춤, 악기, 노래 등 예체능에서 노익장을 다룬 재능 부분은 사물놀이를 신명나게 표현한 가리봉동의 ‘신나는 우리가락’ 팀이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많은 점수를 받았다.
또 이번 대회에서는 투호, 제기차기, 금연클리닉, 치매선별검사, VR(가상현실)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진행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태풍 때문에 대회가 연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으로 참여하신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면서 “구청 차원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