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9]기분이 좋으면 병도 잘 낫습니다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9]기분이 좋으면 병도 잘 낫습니다
  • 김효태 경희미르한의원 낙성대점 대표 원장
  • 승인 2018.10.19 18:38
  • 호수 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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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태 경희미르한의원 낙성대점 대표 원장]

진료하다 보면, 공부한 대로 진료실에서 진료하기가 쉽지 않으며, 공부한 대로 결과가 예측되지도 않음을 느낄 때가 많이 있습니다.

퇴행성 무릎 관절 통증으로 진료하던 한 할머니 환자분은 침 시술을 1개월 이상 반복해서 받아 무릎이 좀 편하다고 느낄 무렵, 남편분인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돌아오신 할머니께서는 전체적인 컨디션 저하및 불면과 더불어 무릎 통증 악화도 함께 가지고 내원하셨습니다. 한 달간 진료해서 좋아진 만큼을 다시 반납한 것이지요. 

다시 치료에 들어갔을 때는 예전 같은 속도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통증 호전에 진전이 없었습니다. 보름쯤 치료했을까요? 다시 한동안 얼굴을 보여 주지 않으시던 할머니께서는 1~2주 뒤에 환한 얼굴로 나타나서는 무릎이 아주 편해졌다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동안 다른 곳에서 진료를 받으셨는지 여쭤보니, 한 열흘간 형제자매들끼리 전국 각지를 여기저기 여행 다니다가 오셨는데, 그러는 사이에 통증이 적어졌다고 하셨습니다. 

여행하고 많이 걸어서 무릎이 좋아졌을까요? 저는 형제자매들끼리 보낸 즐거운 시간이 통증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보았습니다. 남편분께서 돌아가신 이후 심해진 통증, 형제들과 즐겁게 지낸 뒤 약화된 통증, 분명히 어떤 경향이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수없이 많습니다. 기분이 우울할 때 통증이 증가하고, 기분이 좋을 때 통증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통증 관련 진료를 하는 사람에게는 상식처럼 되어 있지요. 

자식이 대학 입시를 잘 해내지 못한 환자분들이나, 내원하면서 전화로 누군가와 싸우면서 들어오시는 분들은 진료실에서 물어보면, 아픈 데가 더 심해졌다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환자분들은 호전되어 오시는 경우가 많지요. 우울감이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몸에서의 염증 반응을 더 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울감이나 만성적인 정신적 스트레스 상태는 면역 기능 또한 떨어트립니다. 그래서 감기를 비롯한 각종 질병에 쉽게 걸리게 하고, 잘 낫지 않게 합니다.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중풍, 심근경색, 암과 같은 질병도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습니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암 발생 2년 전부터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면역세포의 수와 능력을 떨어트려서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이지요. 

심장 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동물은 급성이든 만성이든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 박동 수를 높여서 갑작스런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긴장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상태가 짧게 한두 시간으로 끝나지 않고 몇 날, 몇 달의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가 된다면, 심장과 혈관계에는 과한 긴장을 오래 한 탓에 무리가 따릅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요. 반대로 건강한 정신이 신체를 건강하게 한다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진료실에서 또는 침구실에서 환자분과 한번 크게 웃을 일이 있으면, 왠지 진료 경과가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환자분을 한번 웃게 하면, 치료가 벌써 절반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병의원에 들렀을 때, 환자분들이 기분 전환만 할 수 있어도, 통증 질환을 큰 체로 한 번 거른 것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기분 좋게 진료를 시작해 봅니다.

출처: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맑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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