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파트 경비원의 인격,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기고]아파트 경비원의 인격,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 김학록 수필가 / 경기 남양주시
  • 승인 2018.10.19 18:50
  • 호수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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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록 수필가 / 경기 남양주시]

서울의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70세 구보 씨는 지난겨울 단지 내를 순찰하다 추위에 떨고 있는 여자 초등학생을 발견했다. 집의 문이 잠겨 오도 가도 못하던 여학생은 칼바람에 드러난 얼굴과 손이 이미 뻘게진 상태였다. 이에 안쓰러움을 느낀 구보 씨는 학생을 자신의 초소로 데려와 어머니가 올 때까지 몸을 녹이도록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학생의 어머니가 도착했고 구보 씨가 다행이라고 여긴 그 순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의 어머니가 구보 씨를 파렴치한 성폭력범으로 몰면서 악다구니를 쓴 것이다. 감사의 인사를 받아도 부족한데 되레 성추행범으로 몰린 구보 씨는 충격으로 한동안 어린 학생들만 보면 덜컥 겁을 먹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지인이 실제 겪은 일을 각색한 것이다. 지인이 겪은 상세한 일을 그대로 적었다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키게 할까봐 순화해서 표현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몇 해 전에는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모욕적인 언행을 견디지 못하고 분신자살을 기도 하다가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어느 누구라도 무시를 당하거나 천대를 받는 것은 참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경비들의 근무조건은 너무나도 열악하다. 분리수거, 주차단속, 야간순찰에 청소까지. 거기다가 주인이 없어 맡겨놓은 택배까지 책임져야 하니 쉴 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고한다는 격려는커녕 주인 행세를 해가며 그들을 괴롭힌다. 일부 주민이 자신과 아파트 경비원의 관계를 주종(主從) 관계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밤늦게 술에 취해 귀가한 주민이 시비를 걸면서 반말은 예사고 인간으로서 참기 힘든 모욕을 해 경비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경비원도 엄연한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다 

주차 단속이나 분리수거,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제대로 단속을 했다가는 십중팔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초소에 있으면 초소에만 있다고 비난하고 순찰 때문에 잠깐 비우면 비웠다고 호통이다. 

경비원들의 상당수는 가족부양을 위해 아니면 자녀들에게 폐가 될까봐 스스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경비들에게 따뜻한 위로는 못해도 멸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도 가정에서는 소중한 남편이고 아버지다. 

나라가 어렵고 가정이 어려울 때 그 중심에서 이를 극복하고 자존심을 지켜 온 우리들의 아버지인 경비원들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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