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느닷없이
[디카시 산책] 느닷없이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10.19 18:52
  • 호수 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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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졌다

오래 걸어온 세월이 한꺼번에 젖는다

저 속도를 갖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갔을까

**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진다. 비를 맞고 걸어가는 어르신 한 분,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이까짓 비쯤이야’ 아무렇지 않다는 초연한 모습이 순식간에 쏟아 붓고 사라지는 비와 대조되어 뭉클해진다.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예상치 못한 사연들을 건너와야 저런 속도가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게 되는 것일까. 

사람의 얼굴 모습이나 눈, 코, 입, 이마 등의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일을 관상학이라고 한다. 관상학적으로 접근해 최초로 논문을 쓴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다. 그러나 관상(觀相)보다는 수상(手相)이 좋아야 하고 수상보다는 족상(足相)이 좋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장 좋아야 하는 것은 바로 심상(心相)이다. 마음을 바르게 쓰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복이 저절로 굴러온다. 사람의 표정에서 지나온 과거를 읽는다면 그 사람의 걸음걸이에서는 현재를 읽어낼 수 있다.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병마와 싸우고 있는지, 외로운지를 말이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저 걸음이 내일은 뛰어가는 걸음으로 바뀌었으면 싶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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