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병풍의 나라’ 전 왕궁의 병풍에 담겨 있는 역사 이야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병풍의 나라’ 전 왕궁의 병풍에 담겨 있는 역사 이야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0.19 19:23
  • 호수 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금강산도10폭병풍’, ‘해상군선도10폭병풍’ 등 76점 선봬

불사의 여왕 서왕모가 베푸는 연회에 참석하러 가는 신선들의 이야기를 담은 ‘해상군선도10폭병풍’.
불사의 여왕 서왕모가 베푸는 연회에 참석하러 가는 신선들의 이야기를 담은 ‘해상군선도10폭병풍’.

 

지금으로부터 116년 전인 1902년 11월 덕수궁에서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연향이 펼쳐졌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된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재현했듯 부활을 꿈꿨던 조선 왕조는 일제의 거센 압박 탓에 존폐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다. 고종은 임금의 망육순(51세)과 즉위 40년을 축하하는 연회를 성대하게 치렀지만 끝내 조선왕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선 이 마지막 궁중연향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 속에 담긴 그날의 연회는 못 다한 수많은 이야기를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 병풍을 통해 600년의 찬란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 23일까지 진행되는 ‘조선, 병풍의 나라’ 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호림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민속박물관 등 10여개 기관과 개인에게서 대여한 병풍 총 76점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궁중과 민간에서 제작하고 사용한 병풍의 종류와 특징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금강산도10폭병풍’을 관람객을 맞는다. 19세기 일반회화에서 민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작품으로 사람의 모습이나 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금강산 봉우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사이로 추정되는 ‘해상군선도10폭병풍’도 인상적이다. 중국 도교 신화에 나오는 불사의 여왕 ‘서왕모’가 베푸는 연회에 참석하러 가는 여덟 신선의 이야기를 그린 병풍으로 그림 자체뿐 아니라 이에 얽힌 이야기도 풍부하다.

고종이 1908년 독일로 돌아간 기업인 칼 안드레아스 볼터에게 하사한 병풍은 자식에서 자식으로 전해지다, 2013년 국내로 돌아왔다. 경매에서 작품을 사들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16개월에 걸친 전면적인 보존처리를 거쳐 말끔한 상태로 작품을 내놓았다.

고전소설 춘향전을 이야기 순서대로 그린 ‘춘향전도8폭병풍’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네 뛰는 춘향에게 방자를 보낸 뒤 분위기를 슬쩍 살피는 이몽룡을 담은 1폭부터 춘향과 이몽룡이 모든 역경을 딛고 한양으로 떠나는 모습을 그린 8폭까지 인물 표정과 움직임이 생생하게 표현됐다.

이외에도 19세기 평양성 일대 풍경과 평안감사 행렬을 담아 사료로서 가치가 높은 ‘기성도8폭병풍’, 헌종이 1844년 계비를 맞아들인 일을 경축하는 ‘헌종가례진하도8폭병풍’(보물 제733-2호), 중국 ‘청명상하도’를 본뜬 ‘태평성시도8폭 병풍’ 등 귀한 병풍들이 이어진다.

전승창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관장은 “4~5m의 장대한 화면이 펼쳐지는 병풍은 조선을 대표하는 가장 큰 전통 회화지만 병풍 자체를 조명한 전시나 연구는 드물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