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화제 모은 영화 ‘퍼스트맨’,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 남긴 암스트롱의 비화
개봉 전부터 화제 모은 영화 ‘퍼스트맨’,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 남긴 암스트롱의 비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10.19 19:25
  • 호수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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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라라랜드’ 감독 신작… 닐 암스트롱이 우주비행사로 겪는 고뇌 사실적 묘사

좁은 우주선에 갇힌 고통 생생히 전달… 신비의 땅 달 착륙 장면이 백미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데미안 셔젤의 신작 ‘퍼스트맨’은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비화를 사실적으로 담으며 호평받고 있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데미안 셔젤의 신작 ‘퍼스트맨’은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비화를 사실적으로 담으며 호평받고 있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 16일 미국 플로리다 주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는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발사된다. 시속 4만km의 속도로 달을 향해 나아간 아폴로 11호에는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3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한다. 이들은 달 착륙선 이글호로 옮겨 타고 4일 뒤 ‘고요의 바다’(월면 적도 북쪽에서 동경 18~43˚에 펼쳐진 지형) 남서쪽 가장자리 평원에 착륙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이글호의 문이 열리고 닐 암스트롱이 먼지가 덮인 달 표면에 인류 최초로 발을 내딛는다. 이 장면은 그의 유명한 말과 함께 전 세계로 송출돼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기까지의 비화를 역동적으로 담아낸 영화 ‘퍼스트맨’이 10월 18일 개봉했다. 광기에 사로잡힌 천재 지휘자와 제자의 숨 막히는 대결을 담아낸 데뷔작 ‘위플래쉬’로 영화계를 발칵 뒤집고,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꿈꾸는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뮤지컬로 아름답게 풀어낸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데미안 셔젤(33)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작품은 “기계는 잘 다루는데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던 비행사 겸 엔지니어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딛기까지를 담아낸다. 공군 테스트 파일럿으로 일하던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분)은 두 살배기 딸 캐런을 암으로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나사(미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 과정에 지원해 합격한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고된 훈련을 받으며 우주비행사의 면모를 갖춰간다.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동료들이 하나씩 죽음을 맞이하며 위기를 겪지만 제미니8호 선장으로 아제나 위성과 최초로 우주 도킹에 성공하는 등 임무를 착실히 수행하며 달 착륙에 서서히 다가선다. 

이번 작품은 미국식 우월주의에 빠진 할리우드 작품들과 달리 암스트롱을 완벽한 영웅이 아닌 흠 많은 평범한 인간이란 관점에서 접근한다. 아이를 잃은 뒤 오랫동안 슬픔에 방황하고, 함께 우주 개척을 준비하던 동료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으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채 공포를 느끼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당시 그의 행보는 전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소련과 체제 경쟁을 하느라 막대한 돈을 우주개척에 쏟았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달에 가는 것이 과연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라는 사회적 반대 여론이 일어났고, 흑인들은 “우리는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백인들은 달에 가려 하네”라며 조롱 섞인 노래를 불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암스트롱은 개인적 비극과 동료들의 잇따른 죽음에 괴로워하면서도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디딘다.

또 이번 작품은 기존 우주 영화와 달리 무중력 공간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우주인들의 낭만이나 숨막힐 정도로 드넓은 우주의 아름다움에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고작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폐쇄적인 우주선 조종석에 몸을 구겨 넣은 채 불안과 긴장이 뒤섞인 표정으로 계기판을 응시하는 암스트롱의 얼굴에 집중한다. 화려한 묘사는 없지만 표정만으로도 우주 개척을 위해 인생을 내건 암스트롱이 겪었을 심리적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또 기존의 우주 영화들과 달리 광활한 우주를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마치 우주선에 실제 탑승한 듯한 느낌을 객석에 전한다. 암스트롱이 우주선 조종석에 앉았을 때 화면은 1인칭 시점을 취한다. 핸드헬드(거치대가 아닌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는 기법)로 촬영한 이 장면은 마치 VR기기를 착용한 듯 생생한 느낌을 준다.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에서 느낀 뜨거운 열기와 온몸을 뒤흔드는 속도감과 굉음, 좁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폐쇄감이 그대로 객석에 전달돼 보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힌다. 거침없이 돌아가는 계기판 숫자와 암스트롱의 불안한 눈빛이 교차하면서 인물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관객에게 전이된다. 옴짝달싹할 수 없이 좁은 공간이 주는 갑갑함,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주는 공포감이 극대화 된 그 순간 마침내 광대한 우주공간이 드러난다. 이때 관객들은 암스트롱이 느낀 오만가지 감정을 그대로 체험하게 된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달 착륙 장면이다. 천신만고 끝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딛는 장면에선 정지한 듯 한동안 고요한 적막만이 감돈다. 이때 초고화질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광활한 우주와 달 표면의 분화구가 스크린에 펼쳐지면서 벅찬 감동으로 밀려온다. 

배우들의 명연기도 놀랍다. 라라랜드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라이언 고슬링은 암스트롱  역을 맡아 또 한 번 절제되면서도 복잡한 내면을 능숙하게 연기해냈다. 암스트롱 아내로서 그가 꿈을 펼칠 수 있게 옆에서 지켜보는 재닛 암스트롱 역의 클레어 포이 역시 남편을 우주에 보내는 애절한 연기를 탄탄하게 보여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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