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개월간 유류세 15% 인하… 일각에선 실효성 논란 제기
정부, 6개월간 유류세 15% 인하… 일각에선 실효성 논란 제기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10.26 10:44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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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부터 6개월간 유류세가 15% 인하된다. 유류세는 기름에 붙는 세금을 말한다. 유가 상승과 내수 부진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다. 

정부는 10월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유류세 인하 내용이 포함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11월 6일부터 2019년 5월 6일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가 15% 인하된다. 이에 따라 리터당 휘발유는 123원, 경유는 87원, 액화석유가스(LPG)는 30원 가량의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약 2조원의 세금 부담 경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자동차 등록대수와 서민계층의 총지출에서 유류비 지출비중이 높은 점을 들어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혜택이 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승용차 중 2500cc 미만이 84%를 차지하고, 연료 소비량이 많은 화물차 358만대 가운데 자영업자가 운행하는 1톤 이하 트럭이 288만대로 80%를 차지해 이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특히 세금 감소 혜택이 서민이 아닌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혜택은 배기량이 큰 고급 승용차를 운행하는 고소득층에 많이 돌아간다는 ‘역진성’ 논란이다.

유류세는 소비량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소득이 높으면 높을수록 세금 부담이 적어지는 역진적 성격을 갖는다. 지난 2008년 유류세 인하 후 휘발유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월평균 880원, 소득 상위 20%는 5578원의 가격인하 효과를 누려 상‧하위 20%간 격차가 6.3배에 달했다는 조사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역진적인 측면이 있지만 계층별 소득수준과 비교하면 저소득층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소득 역진적 측면은 세제 혜택의 절대액을 보시고 제기하는 건데, 자영업자나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며 “저소득자일수록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유류세는 휘발유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경유의 유류세 비중도 거의 절반이다. 유류세를 낮출 경우 휘발유값, 경유값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가 실제 유류값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류세 인하만큼 정유사나 주유소가 휘발유 가격을 낮추도록 하는 강제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이 계속돼 가격인하 이상으로 기름값이 오르기라도 하면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쇄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정유사로부터 매일 가격보고를 받아 유류세 가격인하분이 제때 반영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모니터링을 강화해도 시장에서 결정한 가격을 좌지우지하기는 힘들다. 또 6개월이라는 단기간 동안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격 담합을 해도 이를 적발해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류세가 인하되는 건 2008년 이후 10년만이다. 앞서 2000년에는 약 2개월동안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를 각각 5%, 12%를 인하했고, 2008년에는 약 10개월간 휘발유, 경유, LPG, 부탄가스의 유류세를 10%씩 내린 바 있다. 

유류세 인하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등장했던 긴급 처방이다. 한국경제는 날이 갈수록 먹구름이 짙어지고, 서민들의 지갑은 얇아지고 있다. 이번 정책이 서민 가계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여주는 결과를 가져다주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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