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프로메테우스처럼 감나무가
붉은 심장을 꺼내
쪼아 먹히길 기다리고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심장은 다시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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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화장할 때 가장 나중까지 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심장이라고 한다. 살이 타들어가고 뼈가 다 타서 없어질 때까지 심장만은 꿋꿋이 남아있는 것이다. 생명을 이끌던 모든 힘은 이 심장으로부터 나왔다는 걸 그렇게라도 보여주려는 것인지, 심장이 사라지면 온전히 사라져버린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저렇게 붉은 피를 온 몸으로 돌게 한 심장이 까치밥으로 남겨졌다. 슬프고 아름답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전유물이었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 준 죄로 벌을 받아 산 채로 카프카스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게 되었다. 그 간은 밤사이 다시 자라나 낮이 되면 독수리에게 쪼아 먹혔는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전해주었다는 이유로 그 고통을 받아야 한다면 우리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그러나 이 감나무는 기꺼이 까치에게 자신의 심장을 내어준다. 그리고 다시 봄이 되면 심장을 키워 뭇 생명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 이 보다 큰 사랑이 어디 있을까.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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